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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계속 줄면, 일자리 찾기 쉬워질까요?

입력
2021.08.21 04:40
12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 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지난해 10월 한 고등학생이 취업박람회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한 고등학생이 취업박람회에서 채용 공고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4>인구변화가 예고한 미래일자리 ‘축소 중 차별화’

일자리는 많을수록 좋다. 품질까지 좋으면 더 바람직하다. 고용수급을 확인할 통계로 유효구인배율(구인배수)이란 게 있다. ‘일자리/구직자’로 계산된다. 1배를 기준해 고용시장의 호불황을 따진다.

한국은 2020년 0.39배(130만/330만)까지 떨어졌다. 1배의 균형선보다 턱없이 낮다. 2017년은 그나마 0.65배였다. 코로나19까지 맞물려 고용위기가 한층 심각해졌다는 의미다. 1배를 웃돌려면 방법은 둘뿐이다. 분모(구직자)를 낮추거나 분자(일자리)를 올리는 수다. 분모 하락은 인구감소로 가시권에 있다. 때문에 인구가 줄면 일자리가 늘 것이라 기대된다. 과연 그럴까.

급격한 인구변화 속 아직은 일자리 증가

고용증감은 다양한 변수에 지배된다. 인구변화는 물론 성장수준·기술혁신·산업재편·정부정책·대외환경 등 수많은 상황 변화와 맞물려 최종 내용이 결정된다.

그럼에도 분모인 인구감소를 능가할 변수는 없다. 인구변화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볼 때 분모로서의 자체 변화와 더불어 분자의 상황 변화까지 다각적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인구변화가 시장 욕구를 바꾸고, 여기에 맞춰 기업은 또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출시할 수밖에 없다. 분자의 변화다. 또 이를 해결해줄 새로운 노동력으로서 달라진 일자리는 분모에 매칭된다. ‘인구변화→욕구변화→수요전환→사업재편→고용조정→신규노동→취업확대’의 논리 구조다. 즉 인구변화가 만들어낸 ‘달라진’과 ‘새로운’ 현상(분자)에 부합·적용되는 일자리(분모)가 유망한 셈이다. 따라서 미래노동의 예측은 인구변화의 양적·질적 분석에서 시작한다.

인구가 줄어들면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현실화된 인구감소를 감안하면 관건은 일자리의 양적·질적 변화로 요약된다. 일자리의 결정변수는 다종다양하며 또 차별적이다. 전제조건도 많다. 현재 일자리가 유지된다면 인구감소는 노동우위와 취업개선을 뜻한다. 일할 사람이 줄어드니 노동몸값은 올라가고 취업 기회는 늘어난다. 물론 현실은 다르다. 마냥 유리하지는 않은 게 ‘인구감소=고용하락’일 수 있다. 이때 영향변수는 일자리를 결정할 기업의 성장여력은 물론 업종별 경기상황, 로봇 등 대체 노동 파급 정도, 새로운 고용수급을 규정할 기술혁신, 해외생산 등 대외환경, 정부의 일자리 지원정책 등 셀 수 없이 많다. 신규수요를 가늠할 인구구조의 설명력이 중요하나, 그 밖에도 시대 변화가 낳은 수많은 복합 원인이 영향을 미친다.

과거 ‘인구증가=취업호황’은 확고했다. 내수·수출 모두 장기호황에 힘입어 끊임없는 고용 확보가 지속적인 수익창출로 연결됐다. 금융위기(2009년)와 코로나19(2020년)를 빼면 연간 취업자는 계속 증가했다. 2005년 2,283만 명에서 2020년 2,690만 명으로 늘었다. 시점을 당겨 1965년(811만 명)과 비교하면 3배 이상이다. 2018년 생산가능인구의 하향반전이 있었지만, 초기단계로 반영 정도가 낮아 총취업자는 증가세다.

고용통계에 잡히는 15세 이상이 아직은 굳건해서다. 인구감소발 취업변화가 본격적이지 않은 것이다. 관건은 미래다. 2020년 27만 출생아 수를 보건대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면 노동공급은 꽤 줄어든다. 반면 65세가 되는 베이비부머는 2040년까지 연평균 85만 명이 대기한다. 생산가능인구의 급전직하다. 이때 고용이 유지·확대되면 노동가치는 올라간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고용축소일 확률이 높다. 사라질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의 총합은 감소할 전망이다. 재화수요가 인구감소로 축소돼서다. 고령화로 관련 수요가 반짝호황을 만들고 난 후 다사(多死)사회가 되면 저출산발 인구감소가 전체 수요를 끌어내린다.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뉴스1

서울 시내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 뉴스1


‘인구가 줄면 일자리는 늘어날까’ 오해와 진실

인구가 줄면 일자리가 는다는 가설은 일본에서 비롯된다. 일본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취업환경이 좋았다. 한국보다 빨랐던 인구감소로 사회 데뷔의 청년 숫자는 줄었는데, 모처럼의 경기회복이 고용기회를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도 저출산의 후속 주자가 사회 데뷔에 나설 10~20년 후면 청년몸값이 비싸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조건이 같다면 ‘인구감소=취업개선’은 성립된다. 실제 일본은 인력확보를 못해 폐업·휴업하는 현장이 적잖고 구인배수는 1을 한참 넘겼을 뿐 아니라 실업률도 완전고용까지 떨어졌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노동 공급의 우위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일본은 1995년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18년이 흐른 2013년 아베 정부부터 청년취업은 개선됐다. 한국에 투영해보면 18년 후는 2035년 즈음이다. 생산가능인구의 하락이 고용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다. 이렇듯 인구감소로 노동 공급 축소가 표면화될 때 다른 전제조건이 같다면 일본 경로를 따를 수도 있다.

다만 한국 적용은 어려울 듯하다. 인구감소와 취업개선은 오해에 가깝다. 고용은 인구변화보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더 결정적이다. 또 인구변화보다 경기회복이 관건이다. 일본의 취업개선이 진실이냐도 따져볼 문제다. 통계는 좋아도 체감은 나빠서다. ‘취업개선≠소득증가’의 불만소리가 높다. 일자리가 많아도 단기·주변부의 저임금이면 힘들다. 대기업 등 고용 안정·보수 수준이 높은 일자리는 여전히 치열하다. 대졸 취업률도 전수조사인 한국과 달리 상위 62개 대학(약 4,800명) 졸업자 대상이다. 유급자는 빠지고 비정규직이 포함되며 대학진학률이 50%대인 점도 고려대상이다.

1990년대 취업빙하기로 불리던 시절도 취업률이 90%대였으니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일자리 환경도 양국은 다르다. 고용·취업유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산업구조의 양국 격차 탓이다. 일본은 ‘수출→내수’로 산업을 바꿔 서비스형 일자리가 많다. GDP의 80~90%가 내수다. 반면 한국은 전형적인 수출주도형이다. 고용 없는 성장과 생산성 개선으로 고용 자체가 핍박적이다.

탈(脫)제조·향(向)서비스라면 ‘인구감소=취업개선’

소비, 매출, 고용은 같은 방향이다. 인구증가라면 확장 소비가 기대된다. 지금은 아니다. 소비 욕구를 자극할 신수요의 창출이 아닌 한 많은 걸 충분히 갖춘 성숙경제발 인구감소는 소비축소·고용악화를 불러온다. 놀라운 기술혁신을 볼 때 성장해도 고용 호전은 기대 이하다. 대세가 된 고용 없는 성장 탓이다. 1% 성장 때 늘어날 고용비율인 고용탄성치(고용흡수력)는 하락세다. 1970년대 0.5%대에서 0.2%대까지 추락했다. 고용·취업유발 효과도 악화된다. 한 단위(산출액 10억 원)를 만들 때 필요한 직접노동량인 취업계수는 2017년 5.9명에서 2019년 5.6명으로 줄었다.

고용계수는 4.3명에서 4.1명으로 축소됐다. 둘 다 고도성장 때는 20~30명대를 찍었으니 낙폭이 크다. 일자리가 많았던 공산품의 취업·고용계수는 2019년 2.1명·1.9명까지 떨어졌다. 매출이 1조 원 늘어도 신규고용은 1,900명에 불과한 셈이다(2019년 산업연관표). 수출이 좋아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줄어든 수출발 낙수효과다. 중소·대기업별 생산성 격차도 고용양극화를 낳는다. 1983년 노동생산성은 대기업(9.94)·중소기업(5.07)의 차이가 작았는데, 2017년 145.39, 48.68로 3배나 벌어졌다. 좋은 일자리가 더 빨리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경제성장과 인구변화는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인구변화는 경제성장을 완성하는 숱한 변수 중 하나다. 한국처럼 수출주도형 성장국가는 해외시장·기술혁신과 함께 생산성의 향상 노력이 더 결정적이다. 그렇다면 인구변화와 무관하게 GDP는 커진다. 실제 고용 투입을 늘려 성장하던 때는 지나갔다. 반면 내수 부문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은 달라진다. 인구변화는 내수 소비에 큰 영향력을 갖는다. 취업유발 구성비는 소비(57.2%)가 수출(21.3%)과 투자(21.5%)보다 월등하다(2019년). 10억 원 소비 발생 때 소비(12.2명)의 취업 유발이 투자(9.9명)나 수출(6.9명)보다 크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인구감소발 소비축소는 고용감소를 낳는다. 지금의 산업구조라면 일자리의 총량감소는 기정사실이다. 내수 비중이 높은 일본처럼 구인배수가 1을 웃돌기는 어렵다. 한편 고용확장형 기대산업도 있다. 1,700만 베이비부머(1955~75년생)의 고령화를 떠받칠 서비스산업이다. 고용 파급이 큰 업종은 건설·서비스업이다. 2019년 각각 6.5명·5.1명, 8.4명·6.2명에 달한다. 특히 의료·간병 등 복지수요와 직결되는 사회서비스의 취업·고용계수가 주목된다. 2019년 각각 9.8명·8.9명의 고용 창출이 확인된다. 결국 탈(脫)제조와 향(向)서비스화가 숨통이라면 숨통이다. 서비스업의 성장 유도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구감소기 고용 유지의 첨병 역할이 기대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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