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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공존 어떨까”… 댓글 단 中 교사 보름간 철창행

입력
2021.08.22 15:00
수정
2021.08.22 15:0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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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교사, 기사 댓글로 '위드 코로나' 제안
공안 "부당한 발언 사회 나쁜 영향" 15일 구류
헌법상 '건의할 권리' 침해... 과도한 처벌 지적
'중국의 파우치' 찬사 최고 전문가도 입장 바꿔

지난 한 달간 사실상 중국 전역으로 퍼진 코로나19 델타 변이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된 장쑤성 양저우시에서 3일 방역요원이 핵산 검사를 위해 어린 아이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양저우=AFP 연합뉴스

지난 한 달간 사실상 중국 전역으로 퍼진 코로나19 델타 변이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된 장쑤성 양저우시에서 3일 방역요원이 핵산 검사를 위해 어린 아이의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양저우=AFP 연합뉴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공존할 수 있을까. 신규 확진자를 틀어막는 ‘제로(0) 감염’ 정책을 고수해 온 중국이 맞닥뜨린 과제다. 전문가들 사이에도 ‘위드(with) 코로나’가 현실적 해법인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그런데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한 중학교 교사가 된서리를 맞았다. 인터넷에 올린 댓글 때문에 보름간 구류 처분을 받았다. 중국 당국이 현재의 코로나 상황을 얼마나 민감하게 인식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장시성 펑청시에 사는 교사 장(張)모씨는 10일 장쑤성 양저우를 다룬 코로나 관련 기사 밑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양저우는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그러니 엄격한 방역통제를 풀어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실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고 전국의 바이러스 방역에 거울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건의한 것뿐이니 꾸짖지는 말아 달라.” 양저우는 지난달 20일 난징공항으로 유입된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누적 확진자가 한 달 새 50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감염의 온상으로 전락해 ‘제2의 우한’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중국 중학교 교사 장모씨가 지난 10일 인터넷 기사 말미에 단 댓글. "양저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 실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랑망 캡처

중국 중학교 교사 장모씨가 지난 10일 인터넷 기사 말미에 단 댓글. "양저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 실험을 해 보는 건 어떨까"라고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랑망 캡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평범한 시민의 제안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와 장씨를 곤경에 빠뜨렸다. 다음 날 바로 펑청시 공안이 전면에 나섰다. 공안은 “우리 시의 교사가 전염병과 연관된 부당한 발언으로 사회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며 “법에 따라 15일의 행정구류 처분을 내린다”고 공지했다. 같은 날 장씨는 인터넷에 “어제 올린 글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면서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고 후회해 바로 삭제했다.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 성실하게 처벌을 받고 앞으로 법을 준수하는 공민이 되겠다”고 반성문을 썼다.

장씨가 다음 날인 11일 올린 사죄의 글. 당국이 그의 댓글에 대해 "부당한 발언"이라며 15일 행정구류 처분을 내리자 "성실히 처벌을 받고 법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했다. 텅쉰왕 캡처

장씨가 다음 날인 11일 올린 사죄의 글. 당국이 그의 댓글에 대해 "부당한 발언"이라며 15일 행정구류 처분을 내리자 "성실히 처벌을 받고 법을 준수하겠다"고 서약했다. 텅쉰왕 캡처

이에 당국의 조치가 적절한지를 놓고 논란이 불붙었다. 중국 헌법 41조는 “중국 공민은 어느 국가기관이나 공무원에 대해서든 비판하고 건의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장씨의 댓글은 헌법이 보장한 ‘건의할 권리’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펑파이신문은 변호사를 인용, “개인의 견해를 밝힌 것일 뿐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사회를 어지럽히거나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법제일보는 공안이 처벌 사유로 밝힌 ‘부당한 발언’의 기준으로 △보편적 도덕가치에 위배 △개인의 존엄성 훼손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 △법질서가 용인하는 한도 초과 등을 거론했다. 온라인 공간에 올린 개개인의 의견은 반대 입장과의 논박을 통해 대중이 자연스레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데 공안이 이례적으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것이다.

중국 양저우시의 한 운동장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줄을 선 주민들이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양저우=AFP 연합뉴스

중국 양저우시의 한 운동장에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줄을 선 주민들이 코로나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양저우=AFP 연합뉴스

당국의 행정처분 내용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당한 발언에 대해 ‘5일 이상, 10일 이하 구류’나 ‘500위안(약 9만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사안이 경미한 경우엔 이보다도 약하게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정해진 한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불복한다면 행정재심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장씨가 즉각 잘못을 인정하며 바짝 엎드린 터라 공권력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맞서는 건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처벌받아 마땅하다”며 당국을 두둔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장씨의 댓글은 동기가 불순한 데다 죽을 고생하는 양저우 시민들과 방역요원들의 감정선을 잘못 건드렸다는 것이다. “방역이나 의료 전문가가 아닌 중학교 교사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설익은 주장을 하는가”라며 성토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2주 넘게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는데 상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다른 지역 사람이 한가한 소리를 지껄이며 남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원훙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병학과 주임. 그는 코로나 발병 이후 방역 전문가로 "중국의 파우치"라는 찬사를 받아 왔지만 코로나와의 공존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20일 만에 입장을 바꿔야 했다. 바이두 캡처

장원훙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병학과 주임. 그는 코로나 발병 이후 방역 전문가로 "중국의 파우치"라는 찬사를 받아 왔지만 코로나와의 공존을 주장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20일 만에 입장을 바꿔야 했다. 바이두 캡처

위드 코로나를 주장했던 중국 최고 전문가도 입장을 바꾸며 꼬리를 내렸다. 장원훙 푸단대 화산병원 감염병학과 주임은 18일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의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의 방역정책은 우리에게 가장 적합하다. 신발이 맞는지는 신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중국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자 “바이러스와 공존할 지혜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미국의 코로나 방역 사령탑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 빗대 ‘중국의 파우치’라는 찬사를 받아 왔지만 코로나와의 공존을 거론했다가 “매국노” “미국의 개”라는 비난에 시달렸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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