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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꼰대·쩍벌... 약점을 개그로 승화한 대선주자들의 '셀프 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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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공개하거나 개그로 승화하는 '셀프 디스(자기비판)'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고 약점을 희석하겠다는 일종의 '감성 전략'이다.
"장모님이 방에 누워 계시다가도 제가 들어가면 일어나세요. 어르신이 봐도 엄중한지…"
평소 유머와 거리가 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당대표 시절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엄중 낙연'이란 별칭을 얻었는데, 이를 유머 소재로 활용해 대중에게 친근함을 부각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신중함은) 제 팔자"라고도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셀프 디스를 활용해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공략에 나섰다. 최근 자기소개 영향에서 '꼰대죠?', '아저씨 성질 좀 있다면서요'라는 질문에 웃으며 "맞아요"라고 답했다. 경쟁주자들이 불안 요소로 꼽는 '싸움꾼' 기질을 쿨하게 인정한 것이다. 이 지사는 17일 TV토론에서도 "최대 약점은 눈이 작은 것"이라며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것을 어떡하나"라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9일 '국민 욕쟁이' 배우 김수미씨의 입을 빌려 약점을 까발렸다. 김씨는 정 전 총리에게 "빈틈이 없다", "털어서 먼지가 안 나오니 사람들이 약 오른다"고 훈수를 뒀다. 김두관 의원은 지난달 8일 TV토론에서 '친문김두관'으로 오행시를 지었다. "친해지고 싶어서, 문자를 엄청 보냈습니다, 김두관입니다, 두 사람 중에 두 사람 다 모른다는 김두관입니다, 관심 좀 가져주이소"라고 했다. 그는 컷오프 통과 후 "간당간당했는데 오행시 덕에 살아남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셀프 디스 전략을 구사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마리’가 다리를 벌린 채 엎드려 있는 사진을 올리며, "아빠랑 마리랑 같이 매일 나아지는 모습 기대해주세요. 매일 0.1㎝씩 줄여나가겠다"는 글을 올렸다. 공개 석상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는 '쩍벌' 자세가 논란이 되자, 이처럼 대응한 것이다.
5일에는 말할 때 고개를 좌우로 지나치게 돌리는 '도리도리' 버릇을 셀프 디스한 영상을 올렸다. 베개를 베고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윤 전 총장 머리맡에 있는 반려묘 '나비'가 주인공이었다. 게시물 해시태그는 "(나비는) 아빠가 도리도리가 나아졌는지 점검하는 #도리도리점검단이에요!"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대변인단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저도 기성세대, 기득권이자 금수저에 속한다"며 자아비판을 했다.
셀프 디스 전략은 선거 때마다 후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적극 활용돼 왔다. 지난 2015년 재·보궐선거 패배와 당내 계파 갈등으로 위기에 몰렸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셀프 디스'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첫 주자로 나선 당시 문재인 대표는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보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브이(V) 마케팅'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의 파일명에 붙은 'V'를 "VIP(대통령)의 약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문서를 작성하면서 내용을 수정할 때 붙이는 'Version(버전)'의 약어를 곡해한 것인데, 이를 인정하고 역발상 유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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