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시절 바이든, 아프간 철군 후 우려에 "엿 먹으라" 격한 반응

2010년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 시절 발언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집권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후 자리를 나서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주민 피해를 우려하는 의견에 "우리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 전쟁사의 '굴욕'으로 남은 베트남전 철수까지 언급하면서 아프간 주둔 자국군의 철수를 주장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바이든의 이런 발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프간·파키스탄 특사인 리처드 홀브룩의 기록에 상세히 적혀 있다. 당시 홀브룩이 아프간 소녀들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미국의 의무에 대해 묻자 바이든은 "엿 먹으라고 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내 "우리가 그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그렇게 했다. 닉슨과 키신저가 그렇게 상황을 넘어갔다"며 아프간 철군을 강하게 주장했다. 1973년 베트남전을 끝내려 미군 철수를 결의했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그의 국가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를 거론한 것이다.

앞서 이 발언을 올해 3월 보도했던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는 "당시 처참한 이라크전과 고질적인 아프간 정부의 부패, 탈레반의 귀환 등이 바이든을 (아프간 주둔에 대한) 회의론자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전쟁까지 비교하며 바이든이 철군 주장을 강하게 한 배경이다. 베트남전은 1975년 사이공(현 호찌민)이 북베트남에 함락되면서 끝이 났다. 당시 미국은 가까스로 현지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전세 변화로 빠져나오지 못한 수천 명이 탈출을 시도하며 생지옥이 펼쳐졌다.

영국 매체인 일간 인디펜던트는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두고 "당시 미군과 함께 철수하지 못하고 남베트남에 남겨졌던 수십만 명이 공산당의 이른바 '재교육' 캠프에 강제 수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가 커진 현재 아프간 상황을 빗댄 비판으로 읽힌다. 국제사회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섣부른 철군 여파에 대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