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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에 속전속결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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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이 개념은 일본이나 유럽 그리고 미국 등에서는 수십 년 전에 등장한 개념이다. 재건축으로 집중되던 도시화가 낳은 사회적 문제를 인식한 선진사회에서는 반대 급부적인 개념으로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도시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러서 내려진 결론은 도시재생과 재건축의 공존이었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는 개념이 아니라 두 가지가 상충하면서 필요한 기능을 도시에 적용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앞서서 이 두 개념을 체험한 도시들의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대한민국은 도시재생에 대한 과도기를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국적으로 300여 개에 달하는 도시재생 사례지가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작게는 새뜰마을 사업부터 크게는 수천억 원을 투입한 도시재생뉴딜사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프라 확보에 있는 듯하다. 도시재생사업 초기에 주민역량 강화라는 이름으로 주민협의체를 만들고 정부 지원 이후에도 주민들이 자생적으로 자기 마을을 건강하게 이끄는 사업을 병행한다. 실질적으로 마을 인프라가 조성되어야 이후에도 건강한 마을이 되기 위한 중요 사업인 반면 그 실효가 겉으로 드러나는 데는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에 반하여 재건축 사업은 모든 게 새로운 인프라가 그럴듯하게 형성됨으로써 빠른 시간에 무언가 실익을 얻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 쉬운 차이가 드러나 보인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상의 표피적 결과를 보며 두 가지 사업의 장단점을 평가하려고 든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오래전 만성 피부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다. "언제쯤 치료가 될까요?" 하고 물으니 대답은 "오래 병을 가지고 사셨으니 그만큼 오래 기다리셔야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난 이 원로 의사의 말에 깊은 진리가 숨겨져 있다고 여긴다. 우리의 삶은 오랜 역사와 시간의 삶이다. 도시는 상관관계 속에 변화된다.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것이다. 자본과 젊은이들이 그곳으로 이주한다. 돈이 이주하니 장사꾼들도 그곳으로 이주한다. 당연히 과거의 것들은 퇴색되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구도심은 신도시로 모든 인프라를 빼앗긴 후 낙후된다.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명목으로 뒤늦게 예산을 투입하는 이상한 과정을 반복한다.
신도시가 만들어질 때 구도심을 포함한 기존 인프라에는 어떤 영향이 오는지를 우린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오래된 구도로를 무시하고 고가도로를 만들면 교통은 편할지 몰라도 구도로 옆의 상권은 다 죽는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충분한 검토는 없이 목적형으로만 사업을 추진하는 형태가 너무도 많다. 사업 입안을 통한 현재의 만족에만 혈안이 되어온 결과이다. 예측되는 것을 충분히 검토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체적으로 바른 길을 찾아 도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 보다 성숙된 도시정책의 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도시재생과 재건축은 어느 것이 옳은가의 관점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이 두 가지 나아가 또 다른 개념의 융복합적이며 입체적인 모두를 위한 도시정책이 우리의 도시문화로 작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엔 도시전문가는 있으나 이에 귀 기울이는 정치가나 사업가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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