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된다' 공방 속 원희룡의 반격 "저거는 분명히 윤석열"

입력
2021.08.18 12:30
구독

이준석, 심야 녹취록 공개에 원희룡 조목조목 반박
"윤석열 캠프에 분노, 지지율 하락 말하다 나온 것"?
"이준석 누구 편든다는 의혹 파다" 중립 촉구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 발언에 맞대응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원 전 지사는 “오늘 오후 6시까지 자신과 통화한 녹음 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말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인가,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인가.

이준석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에서 언급한 '저거는 곧 정리된다'는 문장의 주어인 '저거'가 지칭하는 게 무엇인지를 두고 국민의힘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원 전 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을 의미한다고 재차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元 "이준석, 윤 캠프에 분노+지지율 하락 얘기 끝에 문제 발언"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원희룡(오른쪽)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원희룡(오른쪽) 전 제주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통화 내용 일부를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기록한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저거'의 의미는 윤 전 총장이 아닌 경선 과정의 갈등이 정리된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하면서다.

원 전 지사는 몇 시간 뒤인 18일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원 전 지사 설명에 따르면 '저거' 발언은 10일 이 대표와의 18분 동안 이어진 통화에서 나왔다. 원 전 지사는 당내 경선 관리 과정에서 대표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을 우려해 조언을 하고자 전화를 먼저 걸었다고 한다.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저거' 발언은 여의도 연구원 내부조사를 언급한 뒤에 나왔다.

원 전 지사는 여기서 이 대표의 발언이 윤석열 전 총장을 겨냥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말에 실려 있는 감정이라든지 어투라든지, 대화 전체 흐름이나 표현되는 감정이나 뉘앙스 이런 걸 보면 그것을 갈등이 정리된다는 얘기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는 것.

원 전 지사는 "윤 캠프가 얼마나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해 분노한 감정을 한참 표현하다가 '저거 곧 정리된다'고 했기에, 그리고 그 뒤에 바로 여론조사를 얘기했다"며 "저는 당연히 저거라는 것은 누굴 이야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원 전 지사는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녹음파일 전체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는 지난번 윤 전 총장과의 녹취록 파문에서 말을 바꾸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에도 정확하지도 않은 인공지능 녹취록의 일부만 풀어 교묘히 뉘앙스를 비틀어 왜곡하고 있다"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이준석의 녹취록 공개는 내 기자회견 물타기하려는 것"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뉴스1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이준석 대표와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을 비롯한 김태호, 안상수, 원희룡, 유승민, 윤희숙, 장기표, 장성민, 하태경, 황교안 예비후보가 참석했다. 뉴스1

여론조사 언급에 대해서도 "녹취록에는 부정확하던데, 제 기억으로는 당대표 나도 여론조사를 여의도연구소를 통해서 다 하고 있는데, 윤 전 총장 여론조사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 대표의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본인을 향해선 "지사님은 (오르고 있으니) 축하한다 이런 얘기까지 했다"고도 덧붙였다.

원 전 지사는 "이 대표가 후보들 오르고 내리는 걸 일일이 쳐다보면서 자기 감정을 싣고 있구나, 당대표가 너무 불공정하다, 그래서 큰일 났다. 경선판 자체가 우리 목적지까지 갈 수가 없다"고 생각해 발언을 공론화해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녹취록을 공개한 배경에 대해서도 "내가 긴급 기자회견한다고 하니까, 이 대표가 몇 분 뒤에 부랴부랴 녹취록을 올려 의미를 (다른 쪽으로) 유도하려고 하는 그런 의도가 있었다"라며 이 대표가 허술한 물타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사태의 본질은 결국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이다. 그럼에도 원 전 지사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참전한 데는 이 대표가 특정 후보, 유승민 전 의원에 유리하도록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경선 관리에 개입 않는다는 거 보여줘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일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행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2일 서울 양천구 KT체임버홀에서 열린 CBS 행사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원 전 지사는 경선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을 향해서도 "이 대표의 아이디어가 주입된 사람"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원 전 지사는 "경선에 당대표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후보가 아이디어를 낸 부분이 특정인에 의해서 대변되고 있다"며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있지 않느냐, 아니면 누구 편을 들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느냐라는 의혹이 당 안팎에 파다하게 있는데 이것을 당대표가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않은 상태"라고 이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을 깨끗이 해소시키는 게 우선이고 경선 아이디어, 규칙에 대해서도 대표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이 대표가 경선 관리에서 일절 손을 뗄 것을 촉구했다.

원 전 지사는 기자회견에서도 "당대표의 비상식적이고 위선적 행태를 타개하지 않고는 공정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절박한 판단에 이 자리에 섰다"고 주장했다.

강윤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