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균 칭찬해" 사이다 이재명이 '칭찬봇'으로 변신한 까닭

입력
2021.08.17 17:00
수정
2021.08.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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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원팀 되자" 포부 밝힌 뒤 칭찬 릴레이
이낙연·정세균의 공약 추켜세우며 공통분모 찾기
최근 지지율 안정적, 부자몸조심 전략 선회한 듯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성평등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의 정책 제안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16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성평등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여성들의 정책 제안을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칭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민주당 대선 경선의 경쟁자인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거대한 원팀이 되겠다"(전날 페이스북)며 '칭찬봇'의 시동을 걸었던 이 지사는 두 사람이 제안한 정책과 공약의 공통분모를 찾으며 원팀 정신을 실천에 옮기려 애쓰는 모습이다.

한동안 후발주자들의 공격에 '발끈'해왔던 이 지사가 먼저 손을 내밀 정도로 여유를 찾은 가장 큰 이유는 견고한 지지율 덕분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의 지지율은 여권 후보 중 선두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왼쪽부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 공동취재사진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왼쪽부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 공동취재사진

반면 맹추격하던 이 전 대표의 경우 하락세를 보이는 여론조사도 나오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8월 2주차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주 전 조사보다 3.1%포인트 하락한 12.9%를 기록하며 1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같은 조사에서 이 지사는 0.4%포인트 상승한 25.9%를 나타내며 26.3%를 기록한 윤석열 전 총장과 치열한 선두 경쟁을 다투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이 지사가 '부자몸조심' 전략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황교익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기본소득에 대한 공격이 당 안팎에서 거세지만, 이 지사는 직접 참전을 자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한 소극장에서 열린 전국 청년 100명과 `공정한 나라를 말하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16일 서울 강남구 한 소극장에서 열린 전국 청년 100명과 `공정한 나라를 말하다'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대신 이 지사는 '맞춤형 칭찬'에 공을 들이고 있다.

17일 정세균 전 총리에 대해선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 대표 하실 때 부대변인으로서 정말 많이 배웠고,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한 저를 공천해주셨다"며 "이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건 후보님 덕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가 제안한 'SK노믹스'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잇는 4기 민주정부는 합의와 통합의 성숙한 민주공화국이 될 것이다. 그 길에 정세균 후보님과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 대표의 칭찬에선 'ESG 4법 공약'을 치켜세웠다. 이 지사는 "이낙연 후보님의 ESG 4법 공약은 새 시대의 규범이 될 것"이라며 "무엇이 다른지보다 같은지에 집중하겠다. 당장은 조금 어색할지 몰라도, 단어 뜻 그대로 '같은 곳을 향해 걷는' 동지임을 언제나 기억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화폐 없는 화폐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회 현금 사용액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점차 줄여서 10만 원 이상의 현금 사용을 금지하겠다"며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여 이를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화폐 없는 화폐개혁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회 현금 사용액을 100만 원으로 제한하고 점차 줄여서 10만 원 이상의 현금 사용을 금지하겠다"며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여 이를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 지사의 이 같은 화해 손짓에도 두 사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당장 정 전 총리는 '원팀 정신'을 강조했던 이 지사를 겨냥해 "너무 맞는 말씀이다. (그러나) 경선을 하는 것은 승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저뿐만 아니라 당원들 모두가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받아쳤다.

"저처럼 흠 없는 사람이 후보가 되면 (당원들이) 100퍼센트 승복할 것이고,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 후보들이 후보가 되면 (당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며 이 지사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이 전 대표 측 역시 황교익 논란, 기본소득에 대해서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며 이 지사를 향한 검증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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