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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플러스 크는 동안 뭐했나…디지털 금융 못 따라가는 정부

입력
2021.08.18 10:00
수정
2021.08.18 10:0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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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 대란' 이어 코인 거래소 줄폐업 예고
디지털 금융, 새로 뜨지만 부작용 적잖아
신산업 발전 속도 못 따라가는 정부도 책임론
전문가 "디지털 금융 감독 전반 손봐야"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로 혼란이 이어지며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한 실태 조사를 예고했다. 한편 머지플러스는 이날 환불 진행을 개시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뉴스1

1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 모습. 머지포인트의 서비스 축소로 혼란이 이어지며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지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유사 사태를 막기 위한 실태 조사를 예고했다. 한편 머지플러스는 이날 환불 진행을 개시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뉴스1

편리함과 혁신을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금융이 속속 등장해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정부 대응과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서야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나서다 보니, 이를 선제적으로 이용한 금융 소비자 피해만 커지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독 부실의 책임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디지털 금융 감독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감독 부실에 대안 마련도 미적대... 정부 책임 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는 감독 부실은 물론 대안 마련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정부의 책임이라는 비판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머지포인트를 운영하는 머지플러스가 고속 성장하는 동안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 했는지가 비판의 가장 큰 줄기다.

금융감독원은 머지플러스 같은 미등록 선불업자는 사전 관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 서비스에 경보를 발령해온 금감원의 감독 방향을 고려하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환불 요구 사태를 빚은 머지포인트를 전일 수사기관에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2의 머지포인트 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대안 논의 역시 지지부진하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선불충전금 보호를 위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골자는 선불충전금의 외부기관 신탁 의무화로, 머지포인트 대란에 적용하면 피해자는 충전금을 돌려받을 길이 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지급 결제 권한을 놓고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부딪히면서 공전하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코인원 고객센터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자 보호를 책임져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가령 머지포인트 대란과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약관법 여부를 두고, 공정위는 직권 조사에 나서는 대신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은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낸 성명서에서 "공정위는 머지포인트 사건을 보다 더 면밀히 검토해 소비자 피해 구제에 나서달라"고 지적했다.

가상화폐 대책도 미흡... 정부 감독체계 손봐야

다른 신산업인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정부 대책 역시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 마감을 앞두고 금융위가 제시한 신고 요건을 채운 곳은 전날 기준 0개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줄줄이 문을 닫을 상황이 다가오고 있지만, 금융위는 발생 가능한 피해를 소비자 스스로 경계하라는 경고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정부가 디지털 금융 피해를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디지털 금융은 혁신이란 이름 뒤에 숨어, 성장이란 목표에 가려 잠재적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가 등한시되고 있다"면서 "규제 기관인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디지털 금융 감독 체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금융위 비상임위원)는 "법상 열거한 것만 허용하는 규제 체계상 금융 신산업이 등장할 때마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도 "다만 금융 사업을 하려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보증금 규모·확보 방안 등을 미리 정해놓고 다른 규제는 추가적으로 적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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