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갈등' 꿰맸지만… 이준석 경선버스는 '덜컹' 주행 중

입력
2021.08.18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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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의 치명적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도권 싸움이 제1야당의 취약성을 속속들이 노출시켰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미래' '비전' 같은 말이 자취를 감추었다. '권력 다툼'만 남았다. 그사이 ①중도층과 2030세대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②윤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영입 효과는 시들해졌다. ③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통합이 어그러지는 등 정권교체에 '다 걸기' 하겠다는 의지도 희미해졌다.

국민의힘에 등 돌리는 중도·2030세대

국민의힘은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하고 6월 이준석 대표를 당 간판으로 내세우면서 상승세를 탔다. 2030세대와 중도층도 국민의힘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중도층 이탈이 확인된다. 한국갤럽의 이달 2주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28%)은 더불어민주당(35%)보다 7%포인트 낮았다. 7월 1주엔 국민의힘(33%)과 민주당(30%)이 박빙이었다.

2030세대도 마찬가지다. 한국갤럽의 이달 2주 조사에서 2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3%였다. 7월 1주 같은 조사에선 30%였다. 30대 사이에서도 한 달 사이 26%에서 19%로 떨어졌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윤 전 총장을 비롯한 대선주자, 각 대선주자 편에 선 의원들이 한 달 내내 말싸움에 집중한 결과가 차곡차곡 쌓인 성적표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분열 현실화… 윤석열 태워도 효과 '미미'

4월 재보선 때 보수 야권은 똘똘 뭉쳐 승리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의 통합을 내친 것을 두고 "국민의힘이 승리에 너무 일찍 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대선은 분열하면 필패"라며 "대선이 임박하면 안 대표가 더 큰 지분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주자도 제대로 띄우지 못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등의 입당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기관 4곳이 이달 9~11일 공동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를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19%로 5주 전(21%)과 큰 차이가 없다. 최 전 감사원장의 지지율은 3% 안팎을 맴돌고 있다.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당에서 '입당'만 앵무새처럼 재촉했을뿐, 대선주자 지원에 대한 고민과 전략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환영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을 환영하며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이준석 리더십 타격… 당 중심 잡을 어른도 '부재중'

국민의힘 위기를 부른 1차적 책임은 이 대표에게 있다. '세대교체·정치혁신'의 기대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권 앞에서 유난히 약해지는 국민의힘 체질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이기도 하다. 국민의원들은 당내 갈등을 부추기거나 방관하는 쪽으로 양분됐다.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도운 의원은 별로 없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와 대선주자, 의원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주고 당의 중심을 잡아줄 '어른'이 없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아쉬워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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