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보복' 두려운 아프간軍… 인접국 도주 잇따라

입력
2021.08.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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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군용기, 국경 넘었다 격추돼

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 한 아프간 정부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폭탄 테러 현장에서 한 아프간 정부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카불=로이터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정부 소속 군인들이 잇따라 인접 국가로 도주하고 있다. 아프간 전역이 20년 만에 다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 손아귀에 넘어가면서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탓이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전날 “아프간 군인들이 탄 항공기로부터 SOS 신호를 받았고, 국제 의무에 따라 보흐타르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이 공항은 아프간 접경 지역인 타지키스탄 남서부 하틀론주(州)에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방부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전날 밤늦게 우리 영공으로 진입한 아프간 군용기 한 대가 방공부대에 격추돼 추락했다”고 밝혔다. 군용기가 추락한 지점은 우즈베키스탄 최남단 수르한다리야주(州) 아프간 접경이다. 군용기 기종과 조종사 생존 여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AFP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 전날 아프간 군복을 입은 환자 2명이 수르한다리야 병원에 입원했으며, 그 중 한 명은 낙하산을 메고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자 보복을 두려워한 아프간 정부군 조종사가 군용기를 이용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탈출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14일에는 아프간 정부군 84명이 우즈베키스탄 국경을 넘어 국경경비대에 체포됐다. 최근에는 자국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시민들이 수르한다리야주 테르메즈 지역과 아프간 하이라탄을 잇는 양국 우호의 다리에 몰려들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은 국경 경비를 강화한 상태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해 이슬람 극단주의가 발호할 경우 그 여파가 고스란히 자국에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러시아와 함께 아프간 국경 인근에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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