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란·터키, '아프간 난민' 골머리...美·독일 수용 가능성

입력
2021.08.17 16:55
수정
2021.08.17 17: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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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아프간 난민 어쩌나’
미국 "군 시설에 난민 수용 검토 중"
헝가리·오스트리아 "난민 안 받겠다"
전문가 "대탈출 명백... 대책 마련해야"

미군이 16일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온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미군이 16일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온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파키스탄·터키 등 주변국과 유럽연합(EU)은 난민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혼란을 겪었던 터라, 당시의 위기가 재현되진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아프간 시민들의 ‘카불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서 주요국들은 서둘러 대책 논의를 시작했지만, 난민 수용에 찬반이 갈리며 제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아프간과 가장 넓게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미 파키스탄엔 300만 명이 넘는 아프간 난민이 거주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안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는 터라 추가 난민 유입은 상당한 부담이다. 파키스탄 외무장관은 15일 “국제사회가 아프간 안정과 평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며 주요국들이 개입을 통해 아프간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간 동쪽에 자리 잡은 이란 역시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15일 국경을 넘어오는 아프간 난민을 위한 임시수용소 마련을 선언했지만, 이란 정부는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이들이 아프간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터키도 대규모 난민 유입이 걱정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 “우리는 이란을 통한 아프간 이민자 유입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 등 주요국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15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수천 명의 아프간 난민을 미군시설에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유엔난민기구(UNHCR)와도 협의 중”이라며 18일 각료회의를 열고 아프간 난민의 피난 행렬에 대해 의논하기로 했다.

EU 집행위 역시 회원국 간 협의를 통한 난민 수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아프간 위기는 유럽이 새로운 이주 협약에 합의할 시점"이라며 공동 난민 보호·분산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반(反)난민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오스트리아는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자국 언론 APA통신에 “보호가 필요한 이들은 원래 출신국 인근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난민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레벤테 머저르 헝가리 외교차관도 성급한 미군 철수를 비판하며 “정부는 미국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비용을 헝가리 시민에게 부담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난민 수용에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하인 이탈리아 귀도카를리자유국제사회과학대 법학과 교수는 16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아프간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은 명백하다”며 “서방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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