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연대' 전선 흐리기?... 이재명, 낙·균 '칭찬릴레이' 나선 까닭은

입력
2021.08.18 09:00
수정
2021.08.18 09: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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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왼쪽부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공동취재사진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왼쪽부터)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스1·공동취재사진

"이낙연 후보님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4법 공약, 새 시대의 규범이 될 것입니다." (16일 페이스북)

"정세균 후보님과 함께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습니다."(17일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당내 경쟁주자들에 대한 '칭찬릴레이'에 나섰다. 최근까지 '돌아온 사이다'를 자처하며 백제 발언 논란과 음주운전 전력 등의 지적에 얼굴을 붉혀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네거티브 공방을 자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경쟁주자들의 '반(反)이재명 연대'에 균열을 가해 추격의 동력을 미연에 제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은 최근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에 대해 맹공하면서 검증의 칼을 벼르고 있다. 그러나 이 지사는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후보님의 공약인 ESG 4법은 경청해야 할 공약"이라고 치켜세웠다. 17일에는 친문재인계 의원들의 '기본소득 끝장토론' 요구에 환영의사를 밝힌 정 전 총리를 "존경하는 정 후보님은 우리 당의 '구원투수'"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가 '로키(low-key)' 대응에 나선 것은 즉각적인 맞대응이 오히려 '반이재명' 전선을 공고하게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는 지난달 5일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에 대한 질문을 받자, "바지 한 번 더 내릴까요"라고 대응하면서 '불안정한 후보'라는 우려와 함께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다른 캠프에서는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문제를 키우려고 하겠지만 우리가 지엽적인 문제까지 다 받아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세 과시를 통한 1위 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최근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의 추격세가 주춤한 만큼 대세론 굳히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지사의 대선캠프는 이날 전문가 1,800명으로 구성된 정책자문그룹인 '세상을 바꾸는 정책 2022'를 공개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등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의원 40명도 지지 선언을 했다.

이 지사의 의도대로 경쟁주자 끌어안기 전략이 효과를 거둘지는 불분명하다. 이 전 대표 측은 황씨 내정 문제를 '불공정 이슈'와 연계해 경기도의 다른 공직 인사 문제까지 거론하고 있고,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참전하고 있다. 논란이 확대될 경우 이 지사가 또다시 전략을 수정해 강경 모드로 돌아설 수도 있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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