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난민위기 재현될까"... EU 아프간 난민에 촉각

입력
2021.08.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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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동 난민 보호·분산 정책 필요"
독일 "인접국 지원 통해 해결하겠다"
오스트리아 "아프간 난민 추방할 것"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집권으로 패닉에 빠진 아프간 시민들이 16일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카불=U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집권으로 패닉에 빠진 아프간 시민들이 16일 카불 국제공항으로 몰려들고 있다. 카불=U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손에 넣자 유럽연합(EU)은 난민 발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난민이 대거 유입되며 회원국 간의 갈등을 겪었기에 당시의 위기가 재현되진 않을지 우려하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아프간 난민들의 대탈출로 EU가 2015년 시리아 난민 위기 때와 같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각국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난민 문제로 의견충돌을 보였는데, 이번에도 아프간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 EU의 결속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EU는 18일 내무·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아프간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아프간 위기는 유럽이 새로운 이주 협약에 합의할 시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공동 난민 보호·분산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원국들도 각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같은날 각료회의를 열고 아프간 난민의 피난 행렬에 대해 의논하기로 했다. 메르켈 총리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이웃 국가들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유엔난민기구(UNHCR)와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도 추후 대응을 조율할 계획이다.

반면 반(反) 난민 강경노선을 고수하는 오스트리아는 아프간 난민을 추방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APA통신에 “보호가 필요한 이들은 원래 출신국 인근에서 보호받아야 한다”며 난민 수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U와 함께 시리아 난민 위기를 겪었던 터키 역시 대규모 난민 발생이 걱정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6일 “우리는 이란을 통한 아프간 이민자 유입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이란이다. 일단 이란 정부는 국경을 넘어오는 아프간 난민을 위한 임시 수용소를 마련했지만, 상황이 안정된다면 이들이 아프간으로 돌아가길 원하고 있다. 아프간과 가장 넓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이미 수많은 자국 내 아프간 난민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UNHCR은 전 세계에 260만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다고 추산하는데, 파키스탄과 이란에 있는 난민 수만 각각 140만명, 100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난민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하인 이탈리아 귀도카를리자유국제사회과학대 법학과 교수는 “아프간 엑소더스가 벌어질 것은 명백하다”며 “서방국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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