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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아프간 군도 안 싸우는데 미군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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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gut-wrenching).”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아프간 정권 붕괴 후 첫 기자회견에서 현지의 혼란상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미군 철군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고 수도 카불을 포기한 아프간 지도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휴가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백악관으로 급히 복귀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15일 아프간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아프간 정부가 항복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하기 위한 좋은 시점이란 없다”며 “나는 (미군 철군이라는) 내 결정을 단호히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으로 내가 해야 했던 선택은 이전 합의대로 군대를 철수시킨다는 합의를 이행하느냐, 아니면 분쟁을 확대해 수천명의 미군을 다시 전투에 투입하고 30년차 분쟁에 돌입하느냐였다”라며 철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 것이다.
그는 특히 “20년 전 아프간에서 시작된 미국의 임무는 (아프간) 국가 건설이 아니었다”며 “아프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미국 본국에 대한 테러를 막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2001년 9ㆍ11 테러 후 테러조직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붙잡기 위해 미군이 아프간에 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같은 임무를 완수한 만큼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의미였다.
아프간 군대와 지도자를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싸우거나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얼마나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아프간 내전을 위해 싸우라고 내가 보내야 하는 것이냐”라고 강조했다. 또 “아프간 지도자들은 (싸움을) 포기하고 해외로 도망쳤고, 아프간군은 붕괴했다”며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탈레반과 싸우겠다고 해놓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탈레반의 카불 장악 등 아프간 정권 붕괴 속도에 미국의 오판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15일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 인력이 카불 공항으로 철수했고, 미군 수송기가 제3국과 미국으로 인력을 철수시키는 과정에서 아프간 주민들이 비행기에 올라타고 활주로에 난입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에선 철군 결정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제2의 베트남전쟁 패전’, ‘제2의 사이공 함락’ 같은 지적도 쏟아지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이번 일(탈레반의 카불 장악)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군 결정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프간에 배치된 미군 6,000명의 임무는 미국과 동맹국 시민을 아프간에서 철수시키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20분의 기자회견 발표를 마친 바이든 대통령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어 백악관을 출발해 캠프 데이비드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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