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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머지포인트’ 우려 커져…규제 사각지대 ‘소비자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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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사태’가 엿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국내 선불전자지급 업체들의 발행 잔액이 2조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업체 기준이라 미등록 업체들의 잔액까지 합치면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금융감독원은 실태조사에 나선다.
16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총 65개 업체가 선불전자지급업자로 등록했고 발행 잔액은 2조4,000억 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법에 의해 등록을 하지 않은 업체가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머지플러스처럼 다수의 업종에 사용 가능한 포인트나 상품권 등 발행 규모가 큰 업체들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된 업자들에 대해서도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 준수 실태를 다시 점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머지플러스는 연휴 이후인 17일부터 환불을 재개하겠다고 공지한 상태다. 일부 이용자는 “환불 신청한 금액이 입금됐다”며 은행계좌를 캡처해 온라인 게시판에 공유하고 있지만, 그조차 전액이 아닌 구매금액의 49~80%에 불과하다. 지급 불능 상황이 되기 전에 일부 금액이라도 보전받는 편을 택하는 ‘울며 겨자 먹기’식 환불 러시가 이어지는 것이다.
몸집을 키운 머지플러스가 미등록 상태로 ‘먹튀’를 하려던 것인지, 아니면 ‘실물카드’ 도입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한 뒤 정상적 운영을 이어가려다 절차적 결함으로 발목을 잡힌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의도에 상관없이 전자금융업 등록과 사업 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금융당국 미등록 업체에 대한 소비자 구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기업은 파산에 대비해 고객의 예치금(선결제 포인트)을 제3기관에 위탁해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머지플러스는 그동안 선결제 포인트를 어떻게 보관해왔는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대체로 소송비용이 선결제 포인트보다 높은 데다 예치금을 위탁 보관하지 않았다면 소송을 해도 원금을 못 찾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현재는 갑작스런 ‘뱅크런’을 예방할 주무부처조차 없는 실정이다. 사용자 예치금 보호 장치가 담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된 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소비자는 우선 상품권과 선불결제수단을 명확히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행한 가맹점에서만 사용 가능한 상품권은 비교적 안전하다. 백화점 상품권은 해당 백화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스타벅스 상품권은 스타벅스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만약 발행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결제 및 사용이 가능하다면 선불지급 수단이라 금융당국에 등록해 규제를 받게 된다. 관련 법에 따르면, 통계청이 분류한 중분류 2개 이상의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으면 선불지급 수단에 해당한다. 그러나 머지포인트 회원이 100만 명에 달할 때까지 금융당국이 손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만 믿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핀테크(FinTech) 분야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시중에는 상품권의 범위를 벗어난 모델이 많아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암호화폐로 선불지급수단의 효과를 내는 모델도 여럿 보이는데 상품권이 선불지급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전반적인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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