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공화국의 그늘... 문어발 넘어 '지네발' 될라

입력
2021.08.17 04:30
수정
2021.08.17 10:0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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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바이크 요금 인상하려다 반발에 철회
구글, 아마존 등 플랫폼 공룡 수익 전략과 유사
생활 전 영역 진출 카카오 행보에 우려 커져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오피스. 연합뉴스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오피스. 연합뉴스


연 매출 3,400만 원에서 불과 10년 만에 4조 원대 공룡으로 급성장한 '벤처 신화' 카카오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다.

5,000만 명이 쓰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는 이미 대한민국의 '인프라'가 됐다. 카톡이 오류라도 일으키는 날은 전국의 일상이 멈출 정도다. 코로나19 상황에서는 QR체크인, 잔여백신 예약 등 정부가 할 일까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 새 택시호출, 인터넷뱅킹을 시작으로 미용실 예약, 영어 교육, 스크린 골프, 방문 수리 등 손대지 않은 업종이 없을 정도가 된 이른바 '카카오공화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편하지만은 않다. 시장의 절대 지배자로 등극한 뒤, 슬그머니 가격을 올리는 행태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카카오가 모바일 분야를 넘어 생활 전반까지 좌우할 거란 우려와 함께, 더 늦기 전에 적절한 제동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연 매출 추이

카카오 연 매출 추이


"시장 장악 후 일방적 가격인상"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택시 호출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카카오공화국의 그늘을 드러냈다.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30일 최대 2,000원이던 '스마트호출' 요금을 5,000원까지로 높였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시간대 기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호출에 응할 동기를 준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와 택시업계에 사실상 요금인상으로 인식됐다. 심야시간 기본요금 거리를 가려면 최대 8,800원을 낼 수도 있어서다. 택시4단체는 성명을 통해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3일 "스마트호출 요금 범위를 최대 2000원으로 재조정한다"며 한발 물러났다.

카카오는 전기자전거 요금 조정안도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내달 6일부터 카카오T 바이크 요금제에서 15분 기본요금을 없애고, 분당 추가 요금을 현행 100원에서 140~150원으로 올릴 계획이었다. 주로 단거리를 이용하는 고객의 수요에 맞춘 변화라는 설명이었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10분만 타도 기존 기본요금(15분 기준 1,500원)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런 카카오의 요금 인상 행보를 '예정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택시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시작에 불과할 뿐, 이번에는 물러섰지만 조만간 유사한 시도가 잇따를 것이라는 얘기다.

상장 앞둔 카카오 계열사들

상장 앞둔 카카오 계열사들


구글, 아마존 따르는 카카오... "한국선 그늘 더 짙을 수도"

이런 카카오의 방식은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신개념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이후 서비스를 유료화하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과 흡사하다.

아마존은 무료 배송,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등을 묶은 유료 멤버십 '프라임'의 연간 요금을 79달러에서 119달러로 수차례 올린 바 있다. 유튜브 역시 무료 서비스로 저변을 확대한 이후, 유료 멤버십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했으며 지난해 가격을 20% 인상했다.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카카오 제공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 '라이언'. 카카오 제공

문제는 생활밀착형 사업이 많은 카카오공화국의 그늘이 한국에선 더 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이른바 '플랫폼 효과'로 무섭게 시장을 넓힌다. 기존 영역에 진출하면서도 카카오 명칭과 노란색 로고를 부각시키면 새 사업인 것처럼 포장되곤 한다. 이모티콘 무료 지급 같은 마케팅 수단도 강력하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와의 제휴, 인수 등으로 시장을 평정한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는 전화콜 대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1위 업체와는 합작사를 세웠고, 2위 업체는 인수해버렸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118개나 된다. 야나두(온라인 영어교육업), 키즈노트(영유아용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 마음골프(스크린 골프), 지그재그(패션) 등도 모두 택시호출비의 전철을 따를 수 있는 후보 사업들이다.

각 분야에 진출한 카카오 계열사

각 분야에 진출한 카카오 계열사


'3대 재벌' 넘보는 카카오… 제동장치 필요성도

카카오는 계열사가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순차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진행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 인상 시도도 상장을 앞두고 기업 수익성을 단기간에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계열사의 연이은 상장으로 카카오그룹은 이미 한국의 3대 대기업 수준을 넘보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카카오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107조7,886억 원)은 삼성, SK, LG, 현대차그룹에 이은 5위다.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재팬 등 앞으로 상장될 기업까지 포함하면 3위권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더 늦기 전에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이 단순한 시장과 사용자 연결 역할을 넘어, 직접 서비스를 제작·유통하면서 전체 산업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특정 기업이 경쟁자가 제한적인 시장에서 가격을 마음대로 정하거나,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다면 심각한 독점 문제가 된다"며 "카카오의 경우, 현재 변곡점에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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