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포기한 한 난민 육상선수의 꿈

입력
2021.08.1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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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올림픽 난민대표팀

2019년 11월 유니세프의 '화홥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남수단 출신 러너 도미닉 로발루(앞). 유튜브 영상.

2019년 11월 유니세프의 '화홥의 마라톤'에서 우승한 남수단 출신 러너 도미닉 로발루(앞). 유튜브 영상.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에 선수 10명으로 처음 출전한 난민대표팀(Refugee Olympic Team)이 최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도 11개국 출신 선수 29명으로 팀을 이뤄 출전해 12개 종목에서 기량을 뽐냈다. 올림픽 무대의 그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말처럼 "난민들의 희망의 상징"이자 "난민사태의 실상을 부각하고(...) 그들도 지구 공동체 사회의 일원"임을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세계인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난민대표팀은 2015년 10월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IOC가 IOC 회원국 및 주요 국제스포츠기구들의 동의를 얻어 출범했다. 당시는 IOC가 일부 간부의 공금 유용과 고비용 올림픽 비판, 도핑 사태로 인한 이미지 추락으로 곤욕을 치르던 때였다. IOC는 곧장 '난민위기기금(REF)' 190만 달러를 조성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들 중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발굴하고, 훈련과 올림픽 출전 비용 전액을 대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을 난민으로 내몬 정치, 외교의 복잡한 이면 혹은 추한 패권 다툼과 달리 스포츠 세계는 투명하고 공정하다는 사실, 특히 올림픽 무대는 차별 없는 포용의 무대라는 사실을 부각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었다. 올림픽 출전 선수 모두가 그렇지만, 난민대표팀은 더없이 훌륭한 올림픽 홍보대사이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매년 열리는 유니세프 주최 '화합의 마라톤(Harmony Geneva Marathon)' 2019년 대회 10km 레이스에서 우승한 남수단 출신 러너 도미닉 로발루(Dominic Lobalu)는 우승 상금이 없는 이 대회 직후 난민대표팀 훈련센터를 떠났다. 그가 올림픽을 포기한 까닭은, 메달 포상금을 줄 국가가 먼저 필요해서였다. 그는 국적을 얻고, 좋은 여건에서 훈련받고, 돈을 벌어 고국의 가족을 탈출시키길 원했다. 이탈리아 한 대형 보험사가 그를 후원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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