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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니 아프간 대통령 "유혈사태 피하기 위해 아프간 떠났다"

입력
2021.08.16 08:15
수정
2021.08.22 01:0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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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함락 직전 출국한 가니 대통령
알자지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行"
러시아 "가니, 거액 현금 챙겨 도주" 주장도

아슈라프 가니(가운데)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지난 3월 6일 아프간 의회 개원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슈라프 가니(가운데)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지난 3월 6일 아프간 의회 개원식에서 의장대 사열을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실상 승리를 선언한 가운데 수도 카불을 떠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사실상 점령하자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간 셈인데,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아프간을 떠났다는 가니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무책임한 도피’라는 날선 비판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15일(현지시간) 대통령 경호원을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부인 및 참모진과 함께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로 향했다고 이날 전했다. 가니 대통령은 이날 탈레반이 카불을 사실상 함락하자 정확한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국외로 긴급 도피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아프간 내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가니 대통령이 타지키스탄으로 떠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아프간 대통령실은 "안보상의 이유로 가니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만일 내가 (아프간에) 머물렀다면 수많은 국민이 죽고 카불은 파괴돼 600만 주민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폐허로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니 대통령은 또 “이제 탈레반에게 아프간 국민의 명예와 보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탈레반의 승리를 시인하면서도 “아직 국민의 마음을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폭력에 의존하는 누구도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했다”며 “이제 그들(탈레반)은 새로운 역사적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이며, 아프간의 이름과 명예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세력에게 우선권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니 대통령이 도피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도 줄잇고 있다. 아프간 정부의 평화협상 대표인 압둘라 압둘라는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가니를 ‘전직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면서 “그가 국민을 이런 상황에 두고 나라를 떠났다. 신이 그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이터통신은 SNS에 가니 대통령이 혼란 중에 해외로 도피했다며 ‘겁쟁이’라고 비판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가니 대통령이 아프간을 탈출하면서 거액의 현금을 챙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16일 니키타 이센코 주아프간 러시아대사관 대변인을 인용해 "(전날)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 대통령이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고 전했다. 이센코 대변인은 또 "(가니 대통령이) 돈을 (탈출용) 헬기에 실으려 했는데 모두 들어가지 못해 일부는 활주로에 남겨둬야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니 대통령이 실제 이러한 행동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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