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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野 경선 버스... 이준석·윤석열 갈등에 녹취록 유출 논란까지

입력
2021.08.16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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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내홍이 '산 넘어 산' 형국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주도권 다툼에 이어 당 지도부와 경선준비위원회, 각 대선주자 캠프의 입장이 제각각으로 좀체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통화 녹취록까지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양측은 다시 한번 얼굴을 붉혔다.

李 "녹취록 없다" vs 尹 측 "휴대폰 검증을"

15일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일부 언론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종일 어수선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녹취 파일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작성하고 유출된 녹취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언론 취재에 응하는 과정에서 구두 전달한 내용이 문건으로 정리된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해당 녹취록에는 지난 12일 윤 전 총장 캠프 정무실장인 신지호 전 의원의 '탄핵 발언'에 대한 유감을 전하기 위해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 통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내용이 정치권에 확산되면서 논란이 야기됐다.

윤 전 총장 측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효창공원 참배를 마친 뒤 관련 질문에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의 녹취록 유출 의혹이 사실이라면 '공정과 상식'이란 가치에 반한다는 우회적 비판이었다. 윤 전 총장 캠프 조직본부장인 이철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억울하면 자신의 휴대폰을 검증받아야 한다"며 "그것만이 당원들로부터 대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효창공원을 방문,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복절인 15일 서울 효창공원을 방문,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토론회 대신 정견 발표' 중재안에도 내홍 여전

18일 예정된 예비후보 토론회를 둘러싼 갈등도 봉합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주말 동안 '토론회 대신 정견 발표회를 열자'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안을 들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 자신과 가까운 특정 주자를 띄우기 위한 게 아니냐는 공정성 의혹을 불식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간 '토론회 개최'를 고수했던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도 한발 물러섰다. 서 위원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론 당내 분란을 해소하기 위해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17일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가 뜻을 모아 대안을 제시한다면 경준위를 소집해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당내 분출하고 있는 다양한 요구들이 가라앉을지는 불투명하다. 토론회 개최 여부는 갈등의 표면상 이유일 뿐이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각 주자 캠프들은 이번 갈등을 경선의 유불리를 좌우할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장 인선이나 경선룰 결정을 위한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토론회 방식에 대해 "그야말로 지엽말단의 문제"라며 "혼란의 핵심은 이 대표가 공정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예비후보 등록일을 앞당겨서라도 모든 주자가 같은 자격으로 참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경준위가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주자들의 토론회 일정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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