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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포인트' 환불 요구 3박4일간 점거… 정신 잃고 실려가기도

입력
2021.08.15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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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나흘째 환불 안돼" 사측 "17일 재개"
경찰 "회사 입장 나올 때까지 밤샘 대기"

15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던 고객들이 밤샘 항의하다 엎드려 눈을 붙이고 있다. 원다라 기자

15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요구하던 고객들이 밤샘 항의하다 엎드려 눈을 붙이고 있다. 원다라 기자

결제 플랫폼 '머지포인트' 고객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3박 4일 동안 본사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머지포인트'를 판매해온 머지플러스는 나흘 전 포인트 판매를 중단하고 대형마트·편의점·커피전문점 등 200개가 넘는 브랜드의 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으로 한정해 고객들의 집단 반발을 샀다.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가 보니, 회원 60여 명이 사무실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 눈을 붙이고 있었다. 이들이 본사에 계속 머물고 있는 이유는 회사 측의 환불 약속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모씨는 "환불받았다는 온라인 글은 봤는데, 실제 환불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회사 측을 믿지 못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본사에서 만난 40대 여성은 "회사 측에서 노트북이 없어 환불신청서를 정리하지 못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새벽 5시쯤 환불신청서를 엑셀로 정리해 줬지만 회사 측은 묵묵부답"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자들이 이날 새벽 회사 측에 전달한 현장 방문자 77명의 환불신청 내역에 따르면, 이들의 머지포인트 구입액은 4,497만 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회원은 "새벽에 전달한 신청서에는 없지만 최대 피해 고객은 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에는 본사 10층 사무실 문을 강제로 열려는 일부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회사 측의 실갱이가 있었다. 회사 직원이 10층에 있는 노트북과 일회용 비밀번호생성기(OTP)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해준다면, 현장에서 바로 환불을 도와주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층에 설치된 지문인식 출입장치와 잠금장치가 파손돼 출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 현장에 출동한 열쇠수리공은 문을 열어 달라는 회원들 요청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가"라며 여러 차례 되묻다 돌아갔다.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코로나19 감염 우려도 커지고 있다. 회원들은 감염을 막기 위해, 정수기 사용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겹쳐 쓰고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쯤에는 발작 증상을 보인 50대 여성이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다. 목격자 김모씨는 "머지포인트를 1,400만 원 정도 구입해 사흘째 식사를 못하고 본사를 지켰다고 들었는데 새벽에 입에서 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어 119가 출동했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 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회원들이 모여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결제 플랫폼 회사 '머지포인트' 본사에 회원들이 모여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경찰 "현재로선 회사 조치만 기다릴 수밖에"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지자, 영등포보건소 직원들은 현장에 나와 회원들의 손소독과 열체크를 돕고, 음식 반입도 제한했다. 영등포보건소 관계자는 "회원들이 전국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감염이 발생하면 환불신청서에 적힌 인적사항을 통해 사후에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회사 측에서 입장을 내지 않는 이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며 대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회원들은 머지플러스 대표를 만나려 하는데, 회사에선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머지플러스는 13일 '1차 환불'에 이어, 전날 밤 9시 20분쯤 온라인 환불 신청자를 대상으로 '2차 환불'을 진행했으며, 17일에 환불이 재개된다고 공지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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