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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순간 성직자가 곁에 있도록..." 美 텍사스 사형수의 마지막 청원

입력
2021.08.15 14: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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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사형수 소송 '종교의 자유' 논란
'성직자, 사형집행실 접근 금지' 조항 문제

한 시위 참가자가 6월 29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사형제 반대 문구가 적힌 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한 시위 참가자가 6월 29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사형제 반대 문구가 적힌 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올해 37세인 미국 텍사스주(州) 교도소 수감자 존 헨리 라미레즈는 2004년 강도살인을 저질러 재판을 받고 사형수가 됐다. 겨우 1달러25센트를 빼앗기 위해 텍사스 코퍼스크리스티 편의점 직원을 칼로 찔러 죽인 혐의였다. 그의 사형 집행 예정일은 다음 달 9일.

하지만 변호인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조금은 색다른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화제가 됐다. ‘텍사스형사법무부(TDCJ)가 사형집행실에서 독극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할 때 목사가 라미레즈에게 손을 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소송 내용이다. 언뜻 보면 사형수의 그리 특별하지 않은 마지막 요청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텍사스 사형제도와 ‘종교의 자유’ 문제가 엮여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사형 집행이 가장 활발한 주인데, 이미 2019년 유사한 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패트릭 머피는 2000년 탈옥한 동료들과 함께 한 달 넘게 탈주극을 벌이다 댈러스 인근에서 추적하던 경찰관을 죽인 혐의로 사형수가 된 ‘텍사스 세븐’ 중 한 명이다. 동료 중 4명은 이미 사형이 집행됐고 1명은 체포 당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머지 1명과 함께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그는 2019년 2월 TDCJ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불교 신자인 머피는 자신의 불교 영적 고문을 사형집행실에 들여보내달라고 TDCJ에 요청했다. 그러나 TDCJ 규정상 집행실에는 교도소 직원만 들어갈 수 있었고, 텍사스주가 고용한 성직자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만 있었다. 불교 영적 고문은 직원이 아니니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게 거절 사유였고 머피 변호인단은 법원에 소송을 냈다.

주법원과 연방항소법원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지만 사형 집행 예정 당일 대법원이 이를 수용하며 머피의 사형 집행이 극적으로 중단됐다. 브렛 캐버너 대법관은 “정부의 종교 차별, 특히 종교인, 종교단체, 종교적인 발언에 대한 차별은 헌법에 위배된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텍사스주의 조치는 사형 반대론자뿐만 아니라 종교의 자유 옹호자로부터도 비난을 받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TDCJ는 같은 해 11월 사형집행실에는 모든 종교 성직자들이 출입할 수 없도록 방침을 바꾸고 머피의 사형 집행일을 다시 잡았지만 역시 반대에 부딪혔다. 머피의 변호사 데이비드 다우는 텍사스트리뷴에 “TDCJ의 적대적 정책이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는 ‘종교 행위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를 비롯해 표현의 자유 관련 핵심 원칙이 담겨 있다.

머피의 다음 사형 집행일은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라미레즈의 소송 역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모른다. 그러나 지난 5월 1년여 만에 사형 집행을 재개하며 사형제에 가장 적극적인 텍사스주가 미국 사형제 존치와 종교 자유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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