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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자 되레 징계한 르노삼성 임직원 벌금형 확정

입력
2021.08.15 11:50
수정
2021.08.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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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사실 회사에 알리고 허위 소문 정정하자
"동료들에게 진술 강요" 이유로 견책 징계
피해자 도와준 동료에겐 '근태 불량' 징계키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내 성희롱 피해자를 부당하게 징계하고 피해자를 도운 동료에게도 사소한 이유로 징계를 내린 르노삼성 임직원들이 벌금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르노삼성차에 대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징계를 주도한 임직원 2명에게는 벌금 800만원과 400만원이 각각 확정됐다.

직원 A씨는 2012년 4월부터 1년여간 팀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며 회사에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 과정에서 한 직원이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먼저 접근한 것'이란 허위 소문을 퍼뜨리자, 그를 찾아가 해당 소문이 사실이 아니란 취지의 진술서를 받아냈다. 인사 담당 부장인 B씨 등은 성희롱 피해를 당한 A씨가 동료들에게 강제로 진술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A씨에게 견책 징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등은 성희롱 사건 관련 A씨를 도와준 동료 직원 C씨를 근태 불량을 이유로 정직 처분을 내렸고, C씨가 개인 짐을 챙겨 회사를 나오자, '회사서류 반출'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B씨 등은 C씨의 짐 나르는 것을 도와준 A씨도 함께 경찰에 신고하고,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조치를 내린 후 대기발령 장소 이외 사무실 출입을 금지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A씨는 그러나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C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C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제기해 '절도의 고의나 불법영득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 취소결정까지 받았다.

1심은 "피해자가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징계까지 나아갔다"면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취지를 정면 훼손했다"며 징계를 주도한 B씨 등 2명에게 각각 벌금 800만원과 400만원을 선고했다. 르노삼성에게는 주의·감독을 게을리한 책임을 물어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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