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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손내민 문 대통령 "선조들 식민지배 겪고도 복수 대신 포용 선택"

입력
2021.08.15 10:36
수정
2021.08.1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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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주년 광복절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마지막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일본에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며 이웃 나라다운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면서다. 문 대통령은 특히 "식민지배의 굴욕과 차별, 폭력과 착취를 겪고서도 우리 선조들은 해방 공간에서 일본인들에 대한 복수 대신 포용을 선택했다"며 '포용적 자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해방 다음날인 1945년 8월 16일 진행됐던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의 방송 연설을 언급했다. 안재홍 선생은 당시 '삼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총독 정치는 과거의 일이다. 과거를 딛고 아시아 민족으로서 함께 걸어나가자'는 취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조선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안재홍) 선생은 패전한 일본과 해방된 한국이 동등하고 호혜적인 관계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며 "식민지 민족의 피해의식을 뛰어넘는 참으로 담대하고 포용적인 역사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해방으로 민족의식이 최고로 고양된 때였지만, 우리는 폐쇄적이거나 적대적인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았다"며 일본에 대한 상생·협력의 자세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3·1독립운동의 정신"이라며 "한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 이후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통의 가치를 기반으로 분업과 협력을 통한 경제성장을 함께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도 양국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고 역설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행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 해제를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또 "우리 정부는 양국 현안은 물론 코로나와 기후위기 등 세계가 직면한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한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바로잡아야 할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과 실천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과거사 문제와 관계 개선을 분리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뜻을 분명히 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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