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4단계+α’는 없다..."모이지 말아달라" 호소 되풀이

입력
2021.08.13 17:08
4면
구독

김부겸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경기 이천시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하남 방향)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천=뉴스1

김부겸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경기 이천시 중부고속도로 이천휴게소(하남 방향) 임시선별검사소를 방문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천=뉴스1

연일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 안팎 발생하는 가운데 14일부터 시작되는 사흘간의 광복절 연휴가 4차 대유행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거리두기 4단계+α'의 고강도 방역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방역당국은 이번에도 “연휴 동안 모임과 이동을 최소화해달라”는 호소를 내놓는 데 그쳤다. 연휴 이후 지금보다 더 확진자가 증가한다면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영업 최소화 없인 방역 효과 안 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코로나19 방역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이번 연휴가 코로나19의 확산이 아니라 위기 극복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모임과 이동을 자제해 주시고 가족과 함께 집에서 머물러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990명으로 역대 2번째로 많았다. 이 중 비수도권 확진자는 788명으로 올해 최다 기록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복절이 낀 13~16일 나흘간 제주의 예상 입도 관광객이 전주 같은 기간 대비 14%가량 늘어난 16만 명 이상으로 추산됐다. 연휴를 맞아 전국 주요 관광지로 이동량이 늘어날 거란 예측이 계속돼왔지만, 코로나19 확산세를 막을 만한 추가 방역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김 총리는 일선 기업들에 “일터에서의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방역 단계별 재택근무 비율을 최대한 준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보수단체의 대규모 광복절 집회 예고에 대해선 “불법집회 강행 시 법에 따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를 포함한 담화 대부분은 기존 방침을 되풀이한 내용이었다. 국민들에게 인내를 호소하는 방법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집에 있으라는 이야기만 반복해서는 방역 효과를 얻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소상공인을 확실히 지원하면서 영업을 최소화시키는 방안 없이는 방역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날이 선선해지면서 확산세가 더 커질 텐데, 사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또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의료계가 고강도 방역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건 간당간당한 병상 상황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수도권 병원들에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 171개, 중등증 병상 594개를 추가로 내놓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예정대로 2주 안에 이들 병상을 확보한다면 매일 코로나19 환자가 1,600명 발생해도 의료 대응이 가능할 거라고 당국은 설명했다. 그러나 병상이 더 나온다 해도 환자를 돌볼 의료진은 이미 '번아웃' 상태다.

"고강도 조치 더해도 확진자 크게 줄지 않을 것"

추가 방역 조치에 신중한 정부 입장도 명분은 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벼랑 끝에 서 있고, 소상공인 손실 보상 예산 규모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때문에 사회·경제적 피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젠 고강도 방역 대책을 더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4단계+α를 해도, 사회·경제적 손실 대비 확진자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상태로 장기간 끌고 가면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비판론이 계속 나오는 건, 오히려 코로나19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인식과 현재의 방역 수준이 조화를 못 이루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나 불안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더 크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방역 조치가 과하다고 느끼는 등 차이가 크다는 점이 방역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측면도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금 백신과 방역이 갖는 과학적 근거를 국민이 잘 못 받아들이는 현상도 보인다”며 “과학적 데이터와 그에 대한 의미를 대중들이 이해하도록 잘 알리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역 강화에 신중한 전문가들은 현재의 방역 체계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건 전문가는 "‘국민이 조심하게 만들겠다’는 걸 목표로 한 현재의 방역 체계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의학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감염병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이윤주 기자
맹하경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