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남성들이…" 미얀마 군부 총격에 희생된 한 살배기 딸

입력
2021.08.13 15:30
수정
2021.08.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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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정관 무장 경비원 발포 추정?
아기 아버지와 행인도 총탄에 맞아?
유엔 "쿠데타 이후 어린이 사망 75명"

미얀마 군부 총격에 희생된 한 살배기 여아(왼쪽 사진)와 그의 아버지. 미얀마나우 캡처

미얀마 군부 총격에 희생된 한 살배기 여아(왼쪽 사진)와 그의 아버지. 미얀마나우 캡처

한 살배기 여아가 미얀마 군부 소행으로 추정되는 총격에 사망했다.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어린 희생자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전날 아침 만달레이 한 지역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한 살배기 여아가 숨지고 그의 아버지(29)와 다른 행인이 다쳤다. 가해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군부가 임명한 행정관 집 밖에 주둔하고 있던 무장 경비원이 총을 쐈다고 비난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아기의 집 앞에 사복 차림의 남성 두 명이 도착하면서 총격이 시작됐다"며 "총을 쏜 이들은 행정관의 무장 경비원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행정관이 점심을 먹고 귀가할 즈음 현장 근처에 오토바이를 탄 청년 세 명이 있었는데 무장 경비원들이 그들을 '수상한 자들'이라고 하더니 (쿠데타 반대 세력인) 시민방위군(PDF)으로 판단하고 발포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에 탄 남성들은 총격이 시작되자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아기의 아버지는 팔에 두 발의 총탄을 맞았고, 한 살배기 딸은 머리와 배에 총탄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총격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던 행인 한 사람도 다리에 총을 맞았다. 아기의 시신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총격 사건 직후 군경이 출동해 주민들을 심문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부는 무릎을 꿇고 손을 머리 뒤로 올린 채 심문을 당했다. 다만 주민들은 총격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3월 2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아빠 품에서 숨진 7세 소녀.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3월 23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아빠 품에서 숨진 7세 소녀.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유엔아동인권위원회는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75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지난달 16일 밝혔다. 당시 최연소 희생자는 3월 23일 만달레이에서 군부의 총격으로 아빠 품에서 죽어간 7세 소녀였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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