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개혁, 모회사-자회사 분리는 정답이 아니다

입력
2021.08.17 04:30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투기의혹을 일으킨 LH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 6월 7일 LH에 대한 3가지 개편안을 제시했다. 전 총리의 ‘해체 수준’이 신경 쓰였는지 개편안은 모두 ‘조직 분리’에 초점을 맞췄다. ①토지-주택 분리 ②주거복지-토지주택 분리 ③모회사(주거복지)-자회사(토지주택) 분리.

그러나 놀랍게도 이 국내 최대 공기업에 대한 개편안은 단 한 쪽, 평가항목도 ‘2·4 공급대책’ 등 서너 개에 불과했다. LH 조직 개편은 ‘2·4 공급대책’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리고는 “LH 조직 DNA를 개발회사에서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 전환한다”며, 자회사인 토지주택의 수익을 주거복지 모회사로 이전하는 수직 분리 3안을 채택하려 하고 있다.

7월 28일 열린 공청회도 다를 바 없었다. 공공기관인 LH가 주택·토지 개발로 수익을 내는 데 전념할 뿐, 지속적인 손실이 발생하는 주거복지에 수익을 사용하는 데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LH가 연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나는 주거복지에 수익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주거복지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3안은 LH 조직 개편의 새로운 목표로 주거복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다면 정부는 새로 구상한 주거복지 정책을 설명한 다음, 현재 LH 조직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원인과 대책을 소상히 밝혀야 했다. 그러나 주거복지 서비스를 어떻게 이전보다 더욱 잘하게, 분명하게, 두텁게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주거복지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감시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만 길게 나열했을 뿐이다. 30년, 5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주거복지에 대한 비전이 이 정도라면 무엇을 근간으로 모회사가 자회사를 감시 감독할 수 있겠는가?

LH의 주거복지·토지·주택 개발 및 공급에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되고, 국민 주거 생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그런데도 단순 비교로 정부가 LH 조직을 모회사-자회사 수직구조로 분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근시안적인 졸속 개편, 위험한 정치적 개편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니 정부는 3안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

이에 4안을 제안한다. LH 조직을 축소하되 강화된 주거복지를 바탕으로 공공주택건설과 국토개발을 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감독은 외부에 독립된 ‘기획조정위원회’를 두면 충분하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모회사·자회사로 분리하면 원가는 상승하고 사업 기간이 늘어나며, 교차보전 체계가 무너져 국민 주거 안정은 저해된다. 차후 국회 공청회 등에서 LH 조직 개편안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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