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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입’ 임성근 2심도 무죄 "직권 없인 남용도 없다"

입력
2021.08.12 20:00
수정
2021.08.12 20:5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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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관여 행위, 형사수석부장 직무 아냐"
1심처럼 '직권 없이 남용도 없다' 법리 따라
"위헌적 행위"→"부적절 행위" 비판 수위↓
임성근 "이유 막론,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개입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57)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직무 권한’ 밖인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 개입 행위를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따른 결과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 선고를 하면서도 "법관 독립을 침해한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한 것과 달리, "부적절한 행위"라고만 판단해 비판 수위를 낮췄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박연욱)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부장판사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 행사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성립하는데, 재판 관여 행위는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일반적 직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직권 없이는 남용도 없다’는 직권남용죄의 일반 법리에 따른 것으로, 독립적인 법관의 재판 업무 특성상 다른 법관의 재판 개입은 '직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1심 재판부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해당 사건 재판장에게 "가토 전 지국장이 쓴 기사가 허위란 점을 명확히 정리하고 가자"며 중간 판단을 요청하고, 미리 판결 구술본을 받아본 뒤 직접 문구를 첨삭해 재판부에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부적절한 재판 관여 행위’로 평가하면서도, 직권남용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판사를 상대로 재판 지연 등 ‘핵심영역에 대한 지적 사무(권한)’를 가지며, 임 전 부장판사는 이런 사법행정권을 위임 받았다”는 논리를 폈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유일하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의 법리처럼, 사법행정 권한을 좀더 폭 넓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법관 독립 원칙'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가 '사무의 관점에서' 재판 과정에 개입할 권한이 있다는 논리로 이 전 실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 사무의 존재를 인정할 경우 법관으로 하여금 그 사무의 주체인 대법원장 등에 복종하게 해 법원 내부로부터의 재판 독립 침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또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 혐의’ 약식사건 공판절차 회부 관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사건 1심 재판부에 대한 양형이유 수정 요청 등 다른 2개 혐의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부장판사 행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다소 낮추기도 했다. 앞서 1심은 '가토 다쓰야' 사건과 관련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질책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는 “직권남용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마치기도 전에 미리 ’위헌적 행위‘로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선을 긋고 ’부적절하다‘고만 평가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법관 최초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돼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심리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국회가 임 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면서 1심 재판부가 언급한 ‘위헌적 행위’를 근거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고만을 남긴 임 전 부장판사 탄핵 심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선고 직후 “제 행위로 재판권 행사가 방해된 적이 없다는 게 1심에 이어서 항소심에서도 밝혀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유를 막론하고 저로 인해 불편함을 겪으신 분들,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송구하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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