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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낙 대전' 손익계산서, 이재명이 먼저 웃었다

입력
2021.08.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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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전 대표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 표결 때 찬성했는지, 반대했는지 분명한 입장이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의 김영진 상황실장은 지난달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새천년민주당 소속이었다는 점을 걸어 ‘민주당 적통론’을 깎아 내린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전면전을 시작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지사의 ‘백제(호남) 집권 불가' 발언, 음주운전 전과, 조폭 연루설을 줄줄이 제기하며 반격했다. 양측은 8일 네거티브 ‘휴전’에 합의했다.

20일간 이어진 ‘명·낙대전’의 정치적 손익계산서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12일 “이 지사의 득이 더 크다”고 했다. ‘김빠진 사이다’ 평가를 받으며 크게 흔들렸던 이 지사는 네거티브 국면을 거치며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지지율 50%’를 회복했다.

이 전 대표는 별로 얻은 게 없다. 그의 강점인 풍부한 국정·정치 경험과 안정감이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을 거치며 다소 희석됐다. 얼마 전까지 상승세였던 지지율도 주춤하다.

與 지지층 내 ‘과반’ 회복한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 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4일 서울 마포구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YTN 주최 TV 토론에서 이낙연 후보를 지나치고 있다. 뉴스1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이달 9,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이 지사 지지율은 52.6%, 이 전 대표는 33.5%였다. 이 지사는 대선후보 예비경선(컷오프) 직전인 6월 21, 22일 조사에선 민주당 지지층의 과반 지지(52.7%·이 전 대표는 21.8%)를 확보했으나, 기세를 다소 놓쳤다. 지난달 26, 27일 조사에선 이 지사 지지율이 48.3%, 이 전 대표가 34.4%로 격차가 좁혀졌다. 이후 네거티브 공방을 거치며 이 지사가 과반을 회복한 것이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회사 4곳이 공동 실시하는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이달 2~4일 실시된 조사에서 이 지사의 당내 지지율은 53%였다. 이 지사가 50%대 지지율을 찍은 건 6월 28~30일 조사(50%) 이후 5주 만이다. 다만 9~11일 조사에서 이 지사의 당내 지지율은 전주보다 5%포인트 하락한 48%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 지지율은 일주일 사이에 6%포인트 오른 29%였다.

‘신사’ 이낙연에게 네거티브는 독이었나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대산빌딩) 빌딩 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선거 캠프에서 홍기원 정책본부장이 이재명 예비후보의 공약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안 모니터에는 이재명 지사의 화면이, 백스크린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얼굴사진이 비교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한(대산빌딩) 빌딩 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선거 캠프에서 홍기원 정책본부장이 이재명 예비후보의 공약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안 모니터에는 이재명 지사의 화면이, 백스크린에는 이낙연 전 대표의 얼굴사진이 비교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먼저 이 전 대표가 네거티브 전면에 나선 게 독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대선 레이스 초반 이 지사가 '바지 벗을까요' 발언과 기본소득 말 바꾸기 논란 등을 빚은 사이 이 전 대표는 다양한 국정 경험과 상대적 안정감을 토대로 친문재인(친문) 지지층과 여성 표심을 확보했다. 그런데 전면전이 시작되며 이 전 대표의 강점이 가려졌다. ‘네거티브 아나토미’ 저자인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전 대표에게 네거티브 옷을 입힌 게 패착이었다”고 했다.

이 지사의 공세가 유효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30~40대 친문 당원 사이에서 ‘이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건 맞지 않느냐’는 인식이 퍼지며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지사가 8일 전격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 전 대표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혀 더 이상 공세는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향후 개혁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지지율 역전을 노릴 계획이다. 현재 10% 중반대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개혁 성향의 핵심 지지층인 3040세대 표심을 얻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품격 있고 안정감 있는 후보자이지만, 개혁을 잘해낼 후보인가에 대해선 당원 사이에서 의구심이 있다”며 “개혁성을 부각하면 이달 중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도 가능하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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