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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배설물' 시험대 놓인 바다 태양광...전문가들이 말한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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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일보의 조류 분비물 범벅이 된 새만금호 수상태양광(수상광) 보도 이후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수상광, 나아가 태양광 발전에 관한 비관론이 제기됐습니다.
'세척을 해도 금세 분비물로 더럽혀진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보도 내용을 근거로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 건데요. 일부는 '3,422억 원짜리(1단계 300MW 사업 기준) 화장실', '새 배변패드', '새똥광'이라는 오명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수상광은 정말 조류 분비물 문제에 속수무책이기만 한 걸까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국내 수상광 시설 대부분은 내륙의 댐이나 저수지에 설치된 이른바 '담수 태양광'이라 조류 배설물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새만금호 수상광은 기존과 달리 해역에 설치하는 '바다 태양광'이고 새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라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조류 배설물도 그중 하나고요.
그렇다고 해도 적용해봄직한 대안들은 있기 때문에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이들의 얘기입니다.
수상광은 물위에 떠다니는 부유체 위에 햇빛을 받는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시설입니다. 육상태양광(육상광)이 환경 측면에서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죠.
2019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간한 자료('KEI 포커스' 제52호)에 따르면 육상광은 이른바 '녹색과 녹색의 충돌'이라는 역설을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설치·운영과정에서 산림 훼손·생물서식지 교란 등의 환경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2012년 합천댐을 시작으로 주로 내륙의 담수시설에 수상광 시설이 속속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새만금호에 순차적으로 2,100MW(1MW는 1,000kW)의 세계 최대 수상광 시설이 지어질 계획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설은 새만금호의 지리적 특성에 따른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건설된 시험시설로 100kW 소규모 시설입니다.
조류 배설물의 산성 성분 때문에 태양광 모듈이 부식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굳고 나면 세척도 어렵고요.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업 운전 중인 수상광 시설, 즉 담수 태양광에선 조류 배설물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새들이 잘 찾지 않는 탓에 배설물 발견 및 세척이 비교적 쉽기 때문이죠.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업 운영 중인 수상광 시설 중 조류 배설물로 발전에 악영향을 받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5MW의 현재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수상광 시설도 조류 분비물에 의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남정수상태양광발전소를 건설·운영하고 있는 탑인프라 윤을진 부회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상주 인력 2명이 약 33만㎡(10만평) 규모를 무리 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부회장은 "새가 앉아 있거나 분비물이 묻으면 전망대에서 보인다. 분비물은 바로 대처하면 물로도 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어서 발전량을 실시간 확인하기 때문에 특정 모듈의 발전이 안 되면 직접 가서 오염 등 이상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등양호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라서 조류 배설물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강선(버드와이어) 등 조류 방지 시설 설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고요.
그렇다면 다른 시설과 달리 새만금호 수상광 시험시설은 왜 분비물로 뒤덮였을까요. 아무래도 ①새만금이 있는 서해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라는 지리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재생에너지 관련 업체 대표는 "내륙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은 조류 분비물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며 "새만금 인근 육지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만 해도 분비물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반면 바다는 새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어 조류 배설물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생태적으로 좋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더해 ②모듈의 완만한 기울기도 문제를 일으키는 요소가 됐을 것이란 지적도 있었습니다. 국내 수상광 시설을 꾸준히 연구해 온 노태호 KE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울기가 낮은 탓에 물갈퀴가 달린 수조류가 (시설 아래) 물에서 올라와 머무르면서 배설물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노 위원은 "현재 새만금호에는 부력체들이 붙어 있는 일체형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체형은 15도 이하로 각도가 완만하다"며 "프레임형으로 교체해 25도 이상으로 각도를 높이면 분비물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프레임형은 촘촘히 설치하는 일체형에 비해 빛 투과율(수면에 닿는 빛의 면적)도 50% 이상으로 높아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덜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③새만금호 시범 시설의 규모가 작다 보니 많은 새들이 쉼터로 삼으면서 배설물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임춘택 2050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 위원장(광주과학기술원 교수)은 한국일보에 "갑자기 앉을 곳이 생겼으니 새들 입장에선 쉼터로 삼기 좋았을 것"이라며 "예정대로 좀 더 넓은 곳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배설물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새만금개발청은 한국일보에 "해당 지역은 문제점 발견을 위한 시험 시설로 악조건을 일부러 찾아서 여러 가지 시험을 하고 있음을 감안해 달라"고 설명했는데요. 한 관계자는 "시험 시설이 설치된 곳이 조류가 많이 모이는 쉼터 근처인 데다 물살도 가장 센 곳"이라며 "자동차 실험으로 치면 영하 50도에서 악천후 시험 주행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조류 배설물 문제에 다각적으로 대응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압분무기를 이용한 세척, 조류 이전을 위한 장비 설치 등을 대안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결국 새만금호 수상광은 기존 시설들과는 다른 '바다'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린 것으로 보입니다.
대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기울기·면적 문제를 조정해 해답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노태호 위원은 "평지가 많은 해외에서는 조류 배설물 문제가 이미 나타났다"며 "우리도 해외처럼 음파(소닉)나 주기적으로 소음을 발생하는 장치 등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강선은 새들이 못 봐서 다치는 경우가 많아 조류 보호나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가급적 설치를 권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늦더라도 친환경적 대안을 고안해 내는 것입니다. 수상광의 탄생 자체가 육상광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노 위원의 말을 빌리면, 수상광은 태생적으로 친환경적이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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