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정당' 된 野… '이준석 탄핵'까지 거론되는 '아수라장'

입력
2021.08.12 19:30
6면
구독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언론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일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남 언론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동물원 정당'이 됐다. 이준석 대표와 대선주자, 최고위원, 중진 의원들이 요즘 말싸움에 몰두하는데, '동물 비유'가 단골로 등장한다. '돌고래' '고등어' '멸치' '하이에나' '멧돼지' '미어캣' 등 바다와 육지의 별의별 생물이 동원된다. '수준 높고 품격 있는' 토론이라고 보긴 어렵다.

갈등의 축은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당내 주도권 다툼이다. 윤 전 총장 측이 '이 대표 탄핵'까지 거론할 정도로 '혈전'이 됐다. 윤 전 총장이 12일 이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며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잔불은 여전하다.

'가장 능력 있는 보수진영 대선후보를 뽑는 경쟁'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소모적 감정싸움만 남았다.

이준석·윤석열 캠프 또 '정면충돌'

12일 국민의힘은 발칵 뒤집혔다. 휴가 중인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대선을 앞두고 당대표를 지속적으로 흔드는 대선캠프는 본 적이 없다. 탄핵 이야기까지 꺼내는 것을 보니, 계속된 공격의 목적이 뭐였는지 명확해진다"며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발단은 윤 전 총장 캠프의 신지호 총괄부실장의 발언. 그는 전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가 잘못하면) 탄핵도 되고 그런 거 아닌가"라고 했다. 이 대표가 꾸린 당내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주자 토론회 일정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선'을 넘은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신 부실장 징계를 요구하는 등 후폭풍이 컸다.

신 부실장은 "이 대표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지만, 이 대표는 "누구에게도 (사과)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신 부실장을 많이 혼냈다.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 대표가 '18일 토론회에 참석할 거냐'고 물었으나, 윤 전 총장은 확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측근 1명의 실언 때문에 이 대표에게 더 숙일 순 없다는 뜻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종로구의 대선캠프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2일 서울 종로구의 대선캠프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돌고래부터 미어캣까지… 깊어진 '갈등의 골'

양측의 힘겨루기는 지난달 30일 이 대표가 여의도를 비운 동안 윤 전 총장이 전격 입당하면서 촉발됐다. 이달 2일 윤 전 총장이 국회를 방문했을 땐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15분간 기다리게 했고, 이후 이 대표가 준비한 봉사활동 행사에 윤 전 총장이 불참하면서 갈등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후 양측은 온라인에서 말폭탄만 주고받고 있다. '친윤석열계'인 5선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며 '돌고래'인 윤 전 총장과 다른 대선주자들을 동급으로 대우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이 대표도 지지 않았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에서 "돌고래도 토론회에 참석해야 한다. 대선주자 곁에 권력욕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도 있으면 좋겠다"면서 윤 전 총장 주변의 중진 의원들을 하이에나에 빗댔다.

헤비 스피커들 말폭탄에 당은 시름시름

대선 레이스는 첫 테이프를 끊기도 전에 엉망이 됐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 동물의 왕국이냐, 아쿠아리움 정당이냐는 조롱이 난무한다"며 "정권 교체가 이미 이뤄진 것도 아닌데 국민들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에게 '말을 줄여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휴가 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과 각을 세우는 메시지를 쉼 없이 내는 등 당대표의 권위를 스스로 해체한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유승민 전 의원까지 "말을 아끼라"고 할 정도다.

윤 전 총장 캠프도 재정비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은 화력 보강을 위해 유튜브나 종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강성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 인물이 신 부실장이다. 영남 지역 국민의힘 의원은 "스피커만 채웠지 메시지 품질 관리는 미숙하다"고 꼬집었다.

김지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