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그 털을 그만 날려주오

입력
2021.08.14 13:00

편집자주

어린 시절 문구점 사은품으로 팔리던 토끼를 기억하시나요? 반려동물 1500만 시대, 토끼도 누군가의 가족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토끼랑 산다'는 토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발송되고 있습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에 보실 수 있습니다. 귀여움이 가득한 국내 최초 '토끼' 뉴스레터를 소장하고 싶으시다면 구독해주세요. ▶ https://www.hankookilbo.com/NewsLetter/rabbit


토끼 TMI

털갈이를 하고 있는 토끼 햇살이. 이마에 V자 모양으로 털이 빠지고 있다. 이순지 기자

털갈이를 하고 있는 토끼 햇살이. 이마에 V자 모양으로 털이 빠지고 있다. 이순지 기자

1. 가을을 알리는 햇살이의 털 '뿜뿜'

에취~ 에취! 삐뽀삐뽀~ 비염이 있는 햇살이 할머니가 기침을 시작했습니다. 콧물도 줄줄. 손에는 항상 휴지가 있답니다. 햇살이의 '털갈이'가 시작됐거든요. 기온이 변하기 시작하면 토끼들은 체온 조절을 원활히 하려고 털갈이를 해요. 7일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온다는 입추였죠. 햇살이도 입추에 딱 맞춰 털갈이를 하고 있어요. 털갈이의 징후는 햇살이 이마 털 모양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V'자 모양이 보이시나요? 털이 조금씩 빠져서 그렇답니다. 햇살이를 쓰다듬으면 손에 털도 묻어요. 온 집에 털이 날리는지 공기청정기도 요란하게 돌아간답니다. 요즘 저희 집에는 공기청정기도 바쁘지만 만만치 않게 청소기도 바빠요. 매일 청소를 하고 있답니다. 털갈이 시즌은 토끼도 가족도 부지런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2. 햇살이는 아직 청춘이구나~

털갈이는 토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해요. 도서 '토끼'에 따르면 토끼의 털갈이가 가장 활발한 시기는 1~2살이라고 해요. 반대로 나이를 먹을수록 털갈이도 덜 하고 기간이 길어져요. 햇살이는 이제 3살 된 토끼랍니다. 매일 부지런히 빗질을 해줘야 해요. 그래야 털에서 해방될 수 있답니다. 햇살이는 빗질을 싫어하지만 열심히 해주고 있답니다. 털갈이를 활발하게 한다는 것은 아직 젊다는 뜻이니 제 입장에서는 마냥 싫어할 수 없어요. 나이가 들어 털갈이를 하지 않게 되면 오히려 슬플 것 같아요.

햇살이의 털갈이로 필수품이 된 비염약과 휴지들. 이순지 기자

햇살이의 털갈이로 필수품이 된 비염약과 휴지들. 이순지 기자

3. 에취! 비염 환자와 토끼 사이

토끼를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것이 있어요. 비염과 알레르기죠.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털갈이 시즌에 털이 정말 집안 곳곳에서 발견되거든요. 햇살이 할머니가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죠? 그래서 할머니는 햇살이를 위해 매일 비염약을 드세요. 저는 옆에서 청소를 계속한답니다. 약을 먹고 비염과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분들도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털이 안 빠지는 토끼는 없답니다. 털갈이 시즌은 예상보다 훨씬 힘겨우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해요. 물론 저는 토끼 바보라서, 굴러다니는 토끼털마저 귀여운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토'pick: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토끼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FFI 홈페이지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FFI 홈페이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토끼는 무엇일까요? 멸종취약종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라고 합니다. 이 토끼는 인도네시아 서부 수마트라의 바리산 산맥에만 살고 있다고 해요. 처음으로 발견된 것은 1997년이라고 해요. 이 토끼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고 데이터도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가 페이스북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에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가 판매되고 있었던 거죠. 한 익명의 제보자는 멸종 위기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크린치 스블랏 국립공원에 신고했답니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은 자연보존단체 FFI(Fauna & Flora International)와 함께 판매자를 추적해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를 구조했어요. 빠른 추적 덕분에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는 무사히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답니다. 국립공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토끼는 풀려난 후 좋아하는 풀도 '냠냠' 먹으며 편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요.

요즘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에게 많은 일이 생기고 있나 봐요. 서식지도 손실되고 밀렵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멸종 위기 동물을 지켜내려고 하는데 쉽지 않나 봐요. FFI는 "밀렵과 다양한 형태의 불법 활동들이 늘고 있어요. 동물들의 서식지인 삼림 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호소했답니다.

사진만 보면 큰 눈망울과 특이한 털 때문에 그저 귀여워 보이는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자세히 살펴보면 파괴되는 환경과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멍들어가는 토끼들의 슬픔이 보인답니다.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 이번 주 토'pick이네요.

이번 주 햇살이는요

이동장에 들어가 있는 햇살이. 이순지 기자

이동장에 들어가 있는 햇살이. 이순지 기자

햇살이가 옷을 입었어요. 제가 단장한 모습 처음 보시죠? 이유가 있었답니다. 촬영이 있어서 공원에 갔거든요. 햇살이는 집에서는 장난꾸러기지만, 밖에 나가면 쫄보가 된답니다. 세상이 무서워요. 모르는 친구들도 많아서 싫어요. 그래도 저는 셀럽토끼니깐요! 제가 하는 촬영들이 토끼 친구들에게 도움이 된대요. 이번 촬영에서는 유기 토끼 친구들과 가족이 되는 방법을 많이 소개했어요. 요즘 버려지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속상해요... 집에서 살던 제 친구들은 저처럼 밖에 나가면 모두 겁쟁이가 되거든요. 제 친구들을 버리지 말아 주세요. 햇살이가 너무 슬퍼요. (전지적 햇살이 시점으로 쓰여졌습니다.)

랜선 친구들

▷첫번째 친구 : 금손 엄마와 살고 있는 '꼬미'

토끼 꼬미. 독자 제공

토끼 꼬미. 독자 제공

동네 사람들!!! 우리 엄마 손재주 좀 보세요. 꼬미는 금손 엄마와 살고 있답니다. 니들 펠트라고 들어보셨나요? 바늘 하나로 인형을 만드는 거랍니다. 꼬미 엄마는 사진 한 장만 보고 인형을 뚝딱 만든답니다. 어찌나 똑같은지 꼬미도 자주 놀란다고 해요. 시작은 꼬미를 향한 사랑이었어요. 지금은 다른 토끼들을 위하는 마음이 한 스푼 더해졌다고 합니다. 꼬미는 참 좋겠어요. 금손 엄마와 살고 있어서!! (꼬미네 놀러가기 https://www.instagram.com/rabbit_ggomii/?utm_medium=copy_link)

▷두번째 친구: 일주어터의 베프 '소주'

고양이 소주. 일주어터 유튜브

고양이 소주. 일주어터 유튜브

일주어터라고 아시나요? 일주일마다 다이어트를 하는 그녀. 김주연 씨의 반려묘 소주를 소개합니다. 유튜브 구독자만 54만을 가지고 있는 일주어터 영상에는 소주가 자주 등장한답니다. 운동을 하는 그녀를 방해하기도 하고 무관심하게 잠을 깨우기도 하죠. 소주는 유튜브에서 유명한 고양이랍니다. 검은색 고양이가 가진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일주어터의 유튜브를 꾸욱~ 눌러주세요. (소주네 놀러가기 https://www.youtube.com/watch?v=6qX9KcKa5F4&t=26s)

▷세번째 친구: '실물 깡패' 저 웃는 것 좀 보세요!

가족을 찾고 있는 2살 강아지. 상주 유기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

가족을 찾고 있는 2살 강아지. 상주 유기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

경북 상주 유기동물보호소에 올라온 공고입니다. 2살이고 이름은 없어요. 관리번호가 참 길죠.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순하고 성격도 좋다고 해요. 상주 유기동물보호소 인스타그램에 처음 올라온 게시물 속 강아지랍니다. 갈색 털이 참 매력적이죠? 저는 사진을 보자마자 생각했는데, 웃는 모습이 예뻐요. 저 미소를 지켜줄 수 있는 가족을 찾습니다. 아래 공고를 꾹 눌러주세요. (공고 보러가기 https://www.instagram.com/p/CSGvJpKH2Uw/?utm_source=ig_web_copy_link)


※토끼 반려 상식을 전하는 '토끼 TMI', 전 세계 토끼 뉴스를 분석하는 '토'pick', 햇살이의 일기 '이번 주 햇살이는요', 유기 동물 홍보&동물 친구들을 소개하는 '랜선 친구들' 코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는 2021년 8월 12일 발송됐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토끼랑 산다' 뉴스레터를 메일로 받아보기 원하시면 한국일보에서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


이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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