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속의 외래어

입력
2021.08.13 04:30
수정
2021.08.13 09:38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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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반찬, 치맥, 잡채, 대박, 파이팅, 아이돌, K-드라마, 트로트, 콩글리시, 애교, 누나, 오빠, 언니, 피시방, 스킨십 등 한국어 단어 스물다섯 개가 올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다. 한글, 막걸리, 먹방, 재벌, 갑질, 온돌, 양반, 기생, 시조 등 이미 사전에 오른 단어도 있다. 주로 드라마나 대중가요 등 한국 문화와 함께 전파된 단어들이다.

사회 문화적 맥락을 담고 있는 외래의 단어를 자국의 새로운 언어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한국어 단어 오빠를 브러더(brother)로 대체했을 때 교회 오빠나 오빠 부대에 쓰인 오빠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파이팅이나 아이돌처럼 의미가 바뀌어 우리말이 됐거나 스킨십처럼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어 단어들이 역수출되는 현상도 흥미롭다.

국가와 지역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언어가 섞이는 현상은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말에 스며든 외래적 요소를 바라보는 심사가 복잡하다. 특히 언어정책이나 교육에서 무엇을 수용하고 무엇을 다듬을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서 수입된 한자어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그러나 낭만, 역할, 매점, 출산, 체념 등 이미 일상적으로 사용하여 익숙해진 어휘들을 일본제 한자어라는 이유로 걷어내면 우리말 어휘는 상당히 빈약해질 것이다.

언어의 존재 이유는 소통이다. 고유어냐 외래어냐 혹은 말의 출신이 어디냐를 묻기보다 언중의 원활한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외래어는 어휘와 표현을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얼마 전 올림픽 중계 화면에 표시된 delay(딜레이), replay(리플레이)처럼 지나치면 소통에 방해가 된다.

남미정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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