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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간 영토 65% 이상 장악… 미국 대사관 추가 철수 논의도

입력
2021.08.11 18:33
수정
2021.08.1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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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만에 34개 주도 중 9곳 점령한 탈레반
대사관 위치한 수도 카불도 '풍전등화' 상황
美?"예상보다 빨라"…필수인력 외 철수 논의

미군 철수 이후 연일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10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파라주의 주도 파라를 점령해 대원들이 도심에 나타났다. 파라=AP 연합뉴스

미군 철수 이후 연일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10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파라주의 주도 파라를 점령해 대원들이 도심에 나타났다. 파라=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65% 이상을 장악하자 미국 정부가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관 인력 감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카불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안전을 위해 주재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달 말을 철군 완료 시한으로 삼은 아프간 주둔 미군은 이미 병력의 95%가 철수했다. 미 정부는 외교적 지원은 공언했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 철군 결정에 변화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 CNN 방송은 1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아프간 주재 대사관 인력을 몇 주 안에 감축하기 위해 필수인력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많은 미국 관리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탈레반 세력이 확대되고 있어 (대사관 감축) 논의 속도도 빨라졌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아프간 정부 붕괴 시점이 당초 예상한 6개월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앞서 수백 명이 근무하던 주아프간 미국대사관은 올해 초부터 점차적으로 인력을 줄여 왔다. 지난 주말에는 현지 자국민들에게도 '즉각 출국'을 촉구했다. 치안 상황은 악화했는데 비상시 대민 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사관 철수 명령이 내려지면 대사관과 공항, 도로와 영공의 안보 확보를 위해 다수의 미군이 지상에 배치될 예정이다.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의 기세는 날로 오르고 있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던 탈레반은 이달 6일 처음으로 주도(州都)인 자란즈(님루즈주·州)를 점령하더니 닷새 만에 34개 주도 중 9곳을 장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카불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이날도 카불에서 200여㎞ 떨어진 북부 바글란주 주도 풀리쿰리와 바다흐샨주 주도 파이자바드에 입성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탈레반이 풀리쿰리를 점령하고서 카불을 동서로 연결하는 전략 도로까지 통제하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는 수도 카불(아프간 정부군)을 지원할 수 있는 세력을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전투가 격렬해지면서 민간인 희생자도 속출하고 있다. 유엔 등에 따르면 지난 5, 6월 민간인 783명이 숨졌고, 최근 몇 달간 전투 과정에서 아프간인 40만 명이 집을 떠나 피란민이 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철군 결정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외교적 수단으로 아프간 사태의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재진과 만나 "아프간 지도자들은 한데 뭉쳐야 한다"며 "그들은 자신을 위해 싸우고 국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 정부에 대한 외교적 지원과 아프간군 공중 지원 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CNN은 "대사관 추가 인력 감축 결정은 아프간 내전 우려를 더 키우고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지원 약속에 대한 의문까지 갖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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