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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된 野 대선 토론회... '흥행' 노리다 '콘텐츠 밑천' 노출될라

입력
2021.08.10 1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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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가 오는 18일 당내 대선주자 정책토론회를 열기로 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 신인'으로 디테일한 정책 준비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토론회에 참석하면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토론회에 불참하면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당 지도부를 무시하느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이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10일 당내 대선주자 토론회 일정을 확정했다. 18일 1차 토론회주제는 일자리·부동산 등 경제로 잡았고, 25일 2차 토론회에선 외교·안보·사법개혁 등을 놓고 맞붙는다. 전문가 기조 발제 이후 대선주자들이 주제별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토론회 참석은 '의무'는 아니다. 경준위는 '흥행'을 위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불참자에 대한 페널티는 없다"면서도 "간곡하게 참석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딱 1주일 앞으로 다가온 토론회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2개월도 채 되지 않아 공개 토론 경험이 전무한 데다 구체적인 정책도 이제 다듬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보수진영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책 검증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토론회 불참도 위험한 선택지다. 윤 전 총장은 입당 이후 경준위가 주도한 당내 행사를 모두 건너뛰었다. 이준석 대표 등 지도부와의 '주도권 다툼' 시비까지 벌어졌다. '질서'와 '위계'를 중시하는 것이 국민의힘 문화인 만큼, 윤 전 총장이 이번에도 당 지도부와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면 당심의 지지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관계자는 "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려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정치 신인'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토론회 참가 의지를 다지고 있다. 최 전 원장 대선캠프 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른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차별화해 당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이고, '준비 안 된 후보'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선 재수생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3선 의원 출신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토론회에 적극적이다. '경제정책통'인 유 전 의원은 특히 "우리 당 지도부에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밖에 없다. 후보가 도대체 어떤 후보인지 국민이 잘 알 수 있도록 토론회를 많이 해달라"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경준위의 토론회 개최가 조급했다는 지적도 당내 일부에서 나온다. 대선을 앞둔 정당은 대선주자들의 경쟁력을 최우선시해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됐다는 이유에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예비부호로 등록도 하지 않은 대선주자들에게 경선부터 시키는 모양새"라고 했다. 서병수 위원장은 "경준위는 경선룰 이외의 모든 경선 일정과 내용에 대해 전권 위임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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