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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건드리면 "지옥 가라"... 혐오로 얼룩진 與 '팬덤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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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휴대폰엔 요즘 문자 폭탄이 쏟아진다. 이 의원이 얼마 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지사를 사퇴하고 대권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한 것 때문에 이 지사 지지자들이 맹렬하게 보내는 항의 메시지다.
문자 메시지엔 혐오가 넘쳐난다. "휠체어에 타고 지옥길에 가라"며 이 의원의 신체 장애를 비하하는 식이다. 이 의원이 9일 "민주당 지지자다운 나이스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며 자제를 요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팬덤 정치'의 그늘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흔들고 있다. 이 의원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팬덤 정치의 속성은 배타성이다.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승승장구'가 지상 과제다. 최근엔 폭력성까지 결합했다. 진보 진영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진보의 가치가 자주 무시된다.
지난달엔 민주당 남성 대선주자들만 등장시킨 '군필 원팀' 홍보 포스터가 장애 비하 논란을 샀다. 반(反)이재명 지지자들이 만든 것으로, 왼팔 장애로 군 면제를 받은 이 지사를 겨냥한 네거티브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의 과거를 소재로 한 음해, '조국 사태'를 공개 반성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초선족'으로 부른 것에도 여성과 중국동포 등 소수자 혐오가 깔려 있었다.
팬덤 정치의 위력은 괴력이 됐다. 팬덤의 '주인공'이 나서도 통제되지 않을 정도다. 이 지사는 8일 트위터에서 "모욕, 비방, 욕설은 안 된다"며 이상민 의원에 대한 공격 중단을 요구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거칠고 무례하면 오히려 지지를 더 갉아먹는 효과가 생긴다"고 강성 지지층의 '점잖은 지지'를 촉구했으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은 팬덤 정치의 원조다. 당시엔 정치 무관심층의 정치 참여를 이끄는 등 팬덤 정치의 장점이 더 조명됐다.
팬덤 정치의 그늘이 부각된 건 탄핵 정국 때부터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폭력 시위가 시작이었다. 이어 정권 교체 열망이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과열시키자, 대선주자들의 팬덤 사이에 사나운 '온라인 비방전'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이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같은 당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옹호한 것은 '문파'의 씨앗이 됐다. '주군'을 잃은 태극기 부대는 동력을 잃었지만,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활동은 여전하다.
극단적 팬덤 정치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고, 목소리가 센 소수 집단이 '과다 대표'되는 역효과도 불러온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9일 "그냥 참여가 아니라 '평등한 정치 참여'가 중요하다"며 "묵묵히 헌신하는 당원이 아닌 욕설을 하는 온라인 당원의 목소리가 주로 대변되는 식으로 정당 개혁이 이뤄진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팬덤은 팬심으로 움직인다. 팬덤 정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는 건 팬덤의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몰려다니며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는 팬덤 정치를 제어하려면 팬덤 주인공이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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