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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뉴 '삼성호' 반년 만에 재출항

입력
2021.08.09 19:19
수정
2021.08.09 19: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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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스1

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스1

9일 전해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무부 가석방 심사위원회 통과 소식에 삼성 내부에선 "반년 넘게 이어진 경영 공백기를 끝낼 수 있게 됐다"며 크게 안도했다. 재계 안팎에선 지난 1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던 '뉴 삼성호(號)'의 재출항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오너 중심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난 만큼, 이 부회장의 즉각적인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이란 게 재계 시각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오너에 대한 직접 보고 등이 가능해진 만큼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은 그만큼 빨라지면서 그동안 삼성의 발목을 잡았던 불확실성도 희석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 시차 두고 경영 복귀 전망…"미래 불확실성 줄었다"

9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13일 출소하면 당분간 경영 구상에 몰두하면서 현업 복귀는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7개월 동안 변호인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영 보고를 받은 터라 현안 파악이 우선이다"라며 "가석방 신분이라 당분간 대외 활동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그럼에도 이 부회장 석방을 계기로 그동안 더디게 움직였던 삼성의 '경영시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오너 중심인 삼성의 조직 특성상 단기 실적에 필요한 경영 판단은 전문경영인(CEO) 몫이지만, 중장기 전략의 핵심인 대규모 투자 결정은 오너인 이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 상반기 130조 원에 가까운 사상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7만전자'(주가 7만 원대)까지 떨어진 삼성전자의 부진도 결국 총수 부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가져온 시장의 냉정한 평가란 해석이다.

때문에 이 부회장은 현업 복귀 후 일선 경영은 지금처럼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등에 맡기고 본인은 인공지능(AI)과 6세대(6G) 통신기술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연초 수감 전 광폭 행보에 나설 때도 "미래 기술 확보는 생존 문제"라는 메시지를 거듭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뉴 삼성의 가장 큰 과제는 반도체 경기 하락에 대비하고 미래 먹거리를 키우는 일인데 현재 삼성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래 준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라며 "앞으로 이런 시장의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에 관심

삼성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 제시 또한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에 '초격차' 전략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사실이다.

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뉴스1

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사진=뉴스1

이 부회장이 옥중에서도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듯, 삼성 역시 이 부회장 복귀를 계기로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때도 6개월 뒤 3년간 180조 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당장 미국에 20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도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막강한 글로벌 인맥 활용엔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석방 신분이다 보니, 해외 출국이 이전처럼 자유롭지 못해서다. 더구나 삼성 경영권 부정 승계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앞둔 터라, 사법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인 점도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엔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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