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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이는 아바타, 어색한 표정...민주당 첫 메타버스 최고회의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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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회의를 하고 있는 이곳은 메타버스상의 당사 20층입니다. 우리 당 당사는 10층밖에 없는데 20층 당사에는 처음 올라와 봤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어떤 생각을 하시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더 잘 들릴 것 같습니다." (윤호중 원내대표)
"(연결이 잘 되지 않자) 이동학 최고위원님은 조금 이따 다시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민병덕 조직사무부총장)
9일 '메타버스'(가상세계)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는 서툴렀지만 신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최초로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의 메타버스인 '메타폴리스'를 이용해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오전 9시 반 유튜브를 통해서 생중계된 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전부 마스크를 벗은 채 자유로운 모습으로 모두 발언을 이어갔다. 메타버스 공간이라는 성격에 맞춰 위원들은 서로 손을 흔들며 인사하거나 하트 모양을 만들어 화면에 비췄다. 가상공간 속 회의는 여의도 국회에서 보던 딱딱하고 경직된 모습과 달리 친근했다.
회의 접근성도 높아졌다. 사실 평소에 정당의 최고위원회의를 지켜 볼 기회는 별로 없다. 대부분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은 출입이 어렵다. 설사 신분 확인 등 출입 절차를 밟더라도 최고위원회의를 보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의 참석 인원을 줄이다 보니 정치부 기자조차도 접근이 까다로워졌다. 그런데 이날 가상공간에서 열린 회의는 일반인 누구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볼 수 있었다.
먼저 이날 회의는 '델리민주'(더불어민주당의 유튜브 채널 이름)라는 이름의 아바타가 유튜브 시청자를 이끌고 회의장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시작했다. "메타버스 최고위원회의 생중계를 하러 왔는데... 걷다가 더위에 지쳐 지각하고 말았다..." 시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델리민주는 흔히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직접 키우는 게임 캐릭터처럼 익숙했다.
델리민주를 따라 회의가 열리는 가상공간 속 건물로 향하니 신기한 볼거리도 많았다.
큰 스크린이 인상적인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회의실이 있는 20층에 도착한다. 20층에는 널찍한 책상, 의자와 함께 회의실이 갖춰져 있었다. 앞서 지난달 26일 민주당은 메타폴리스 건물 중 6개 층을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임대해 캠프 사무실로 쓰도록 했다. 또 메타폴리스 10층에는 민주당 중앙당사도 입주해 있다.
델리민주와 만난 송영길 당 대표의 아바타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속에서도 국민과의 거리는 좁히고 소통의 면은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며 "가상공간을 적극 활용해 국민에 다가가는 더불어민주당이 되겠다"고 이번 시도의 의미를 밝혔다.
첫 가상공간 회의라 그런지 조작 실수를 비롯해 서툰 장면도 몇 차례 볼 수 있었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연결이 잠시 끊겨 인사할 순서에 사라지는가 하면 강병원 최고위원의 아바타는 일어서서 서성이다 주변 관계자의 도움을 받고 겨우 자리에 앉았다. 박완주 최고위원의 아바타는 강병원 최고위원이 말하는 도중 일어나더니 회의실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헀다. 이 밖에도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작은 실수에 당황한 표정이 뚜렷한 데도 계속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얼굴을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딱딱한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는 느낌도 생겼다.
김영배 최고위원은 "(가상공간 회의실에) 들어올 때 낯설고 힘들었다. 충전한 배터리가 다 될 정도로 용량이 크구나"하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의원들도) 이런 회의(가상공간을 활용한 회의)를 자주 하면서 관련된 여러 제도나 개선 방안을 함께 체득하고 변화시키는 데 힘써야겠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를 지켜 본 누리꾼 사이에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제페토(네이버의 자회사 SNOW에서 출시한 3D 아바타 제작 애플리케이션)와는 다른 방식이어서 어색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날 민주당이 채택한 것은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의 메타버스인 메트로폴리스였다. 가상 캐릭터만으로 소통하고 맵이 화려한 제페토와 달리 메트로폴리스의 아바타에는 최고위원들의 실제 얼굴이 담긴 영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송영길 당 대표는 여의도 국회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은 각자 사무실이나 개인 공간에서 회의에 참여했다. 위원들은 차를 마시는가 하면 뒤로는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또 각 아바타의 영상이 겹쳐 일부 위원들은 얼굴이 잘 안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메트로폴리스를 이용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앱 구동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받을 필요가 없고 개인 컴퓨터(PC)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윈도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의 참석자들이) PC 앞에 앉아 헤드셋을 쓰고 안정적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가상공간에서 실제 회의 및 간담회 등을 진행하기 적합하다"고 말했다.
단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상황에 맞게 메트로폴리스 이외의 플랫폼도 활용하는 방안을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유튜브 실시간 댓글창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젊은 층에 친숙하고 보기 좋다"는 긍정 평가를 내놓았지만 다른 시청자들은 "아직 미흡해 보인다"는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민주당은 메타버스 활용 폭을 더 넓혀갈 계획이다. 송 대표는 "가상공간을 활용하면 폭넓고 효율적인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며 "특히 마스크도 쓸 필요 없이, 코로나19 감염 걱정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 주요 회의를 메타버스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메타버스를 이용한 대선 후보 토론도 구상해보겠다"고 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지만 앞으로 잘 보완하고 개선해서 비대면 정치를 한발 앞서 준비하는 유능한 정당, 비대면 시대에도 아낌없이 소통하는 플랫폼 정당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원하는 대로 지금보다 더 많은 유권자 특히 젊은 세대의 접근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에 맞는 콘텐츠 개발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가상공간이라는 형식은 새로웠지만 회의 자체는 기존처럼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현안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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