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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도 자산이 되나요?

입력
2021.08.12 09:00
23면

저널리즘의 회복은 독자와의 연결에서부터

편집자주

단단히 연결된 우리를 꿈꿉니다. 독자, 콘텐츠, 뉴스룸이 더 친밀히 연결된 내일을 그려봅니다. 늘 독자를 떠올리며 콘텐츠를 만드는 한국일보의 진심을 전해드립니다. 연결을 꿈꾸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꼭 붙든 한국일보 뉴스룸의 이야기, '연결리즘'에서 만나보세요.


디지털 기기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했다. 그런데 왜 언론과 독자의 거리는 나날이 멀어지고 연결은 느슨해지는 걸까. 한국일보 뉴스룸은 독자와 신뢰를 구축하고, 저널리즘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기기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24시간 연결되어 있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했다. 그런데 왜 언론과 독자의 거리는 나날이 멀어지고 연결은 느슨해지는 걸까. 한국일보 뉴스룸은 독자와 신뢰를 구축하고, 저널리즘을 회복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커넥트(Connectㆍ연결) 팀은 뭐야? 뭘 연결해?”

지난해 뉴스룸국에 신설된 ‘커넥트팀’ 발령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언론사의 전통적 부서인 정치부, 사회부, 경제부처럼 누가 들어도 하는 일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이따금 팀의 정체성과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만도 꽤 많은 문장을 필요로 한다. ‘콘텐츠 전략과 내외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무미건조한 답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납작한 설명이 썩 내키진 않아 이렇게 답한다. “그간 언론이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오는 중이에요.”

언론이 가진 힘의 원천인 독자. 그들과 신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일에 독자를 초대하는 것. 이렇게 팀의 과업을 상술하면 너무 낭만적인 걸까. 포털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 등 도처에 뉴스를 받아볼 수 있는 채널이 널려 있고, 그 안에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매체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지금, 독자는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가고 있다. 언론은 허우적대는 독자를 위한 지푸라기가 되기는커녕, 막대한 양의 물을 더 방류해대는 댐을 자처한다.

포털 사이트로 대표되는 뉴스 플랫폼은 정보를 ‘생산’하지 않는다. 대신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언론을 연결한다. 그 결과 언론에서 ‘연결’ 기능을 앗아갔다. 독자들은 종이신문 대신 이용이 편리한 포털에 점점 익숙해졌다. 혁신 노력을 게을리한 언론도 한몫했다. 특정 매체의 독자라는 것이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했던 시절은 지났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남다른 기획 기사, 권력자를 떨게 하는 폭로 뉴스를 보고도 포털 생태계에서 독자는 이 기사가 어느 언론사의 누가 썼는지, 어떤 시리즈의 한 편인지 기억하기 어렵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조사 대상 40개국에서 디지털 뉴스를 이용하기 위해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소셜미디어나 구글 등 검색엔진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양대 포털 사이트가 뉴스 소비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은 오죽하겠는가. 물론 언론이 스스로 뼈 아픈 혁신에 소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신뢰를 회복한다고 한들 달라질 수 있을까. 한번 이런 생태계가 구축된 이상,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연결’을 우선순위 상단에 놓은 커넥트팀의 과업은 정보의 홍수에서 허우적대는 독자를 향해 손을 뻗는 것, 플랫폼 세상에서 단절된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언론이 그간 플랫폼 기업에 빼앗긴 ‘연결’이라는 무형자산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다. 그것이 곧바로 수익이나 구독으로 이어지지 않을지라도. 예기치 못하는 순간 생각나는 언론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그것이 커넥트팀이 만들고자 하는 ‘연결 자산’이다. ‘그래, 이런 이슈는 한국일보가 진심이었지!’

한국일보는 올해 상반기 기존 큐레이션 뉴스레터 '뉴잼' 외에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를 새로 론칭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한국일보는 올해 상반기 기존 큐레이션 뉴스레터 '뉴잼' 외에 다양한 주제의 뉴스레터를 새로 론칭해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연결의 힘을 키울 접점 중 하나는 뉴스레터다. 매일 아침 관심 주제별 구독자의 메일함에 배달되는 뉴스레터에, 한때 가가호호 연결됐던 신문 배달부의 마음을 담는다. 한국일보가 오랫동안 공들여 만든 기획취재물과 심층분석 기사 등을 골고루 엮어 뉴스레터 ‘뉴잼’에 실어 보낸다. ‘온라인 공간의 자극적이고 비슷비슷한 기사에 지치셨죠? 이번 주 한국일보 기자들이 최선을 다해 길어낸 보도를 보고 우리 함께 생각해봐요’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독자에게 더 쉽고 유익하게 다가갈 콘텐츠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숙제다. 독자와 더 단단히 연결되기 위해선 기자와 PD, 개발자 등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제작하는 콘텐츠가 더 쉽고, 더 알차게 진화해야 해서다. ‘블록버스터’같이 전달력과 파급력을 갖춘 보도를 하기 위해서는 협업도 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변화를 위한 고민을 나누는 플랫폼으로 회사 내부용 뉴스레터 ‘연결레터’를 발송한다. 커넥트팀이 연구한 고민과 실용적인 팁을 담아 발송하고, 구성원들이 호응해 함께 변화를 만들어간다.

한국일보는 안온한 자리에 머물며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독자를 직접 찾아가는 길도 탐색한다. 파편 사회에서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언론, 젠더ㆍ동물ㆍ기후위기 등 과소대표되는 이슈에 기꺼이 확성기를 들이대는 언론, 진영에 매몰되지 않고 균형과 중도의 가치를 공유하는 언론을 절박하게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연중기획 ‘인터뷰-엄마’ 시리즈를 토대로 한 독자 접점 협업 프로젝트 ‘디어 마더’는 첫걸음이었다.

때마침 독자 환경도 미약하나마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을 때 ‘출처를 인지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1년 전에 비해 모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승했다. 뉴스 이용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만큼 높아진 증거라고 보고서는 분석한다.

"언론사에서 연결을 만들고 있어요." 다음에 누군가 커넥트팀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이같이 대답하리라. 보이지 않는, 당장 손에 쥐거나 효과를 측정할 수 없는, 그러나 신뢰만큼 중요한 독자와의 연결. 그러한 무형자산을 만들고, 가꾸며, 확장해가고 있다고. 디지털 세상에서 파편적으로 존재하는 독자에게 발견되는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일. 그런 일을 하는 데 진심이라고 말이다.

이혜미 커넥트팀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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