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집값에 부동산 혜택 절반 증발…눈 뜨고 당하는 서민들

입력
2021.08.10 04:30
청약·대출·납세 등 서민 배려 대상 주택수 급감 
서민이 살지만 집값은 서민용 아닌데 
지원 대상 기준은 수년째 제자리걸음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반공급 접수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에 위치한 성남복정1지구 위례 현장접수처를 찾은 시민들이 접수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5억 중반이던 아파트가 1년 새 3억 가까이 올라 8억 원이 넘어요. 은행에 '서민을 위한 대출 지원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이제 우리 동네에선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된대요. 집값이 더 이상 '서민용'이 아니라는 거죠."

경기 용인시에서 11년째 전세 세입자로 살고 있는 홍모(54)씨는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계속 오르는 전셋값에 자가 마련을 결심했지만 집값이 급등하면서 인근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의 매물이 전멸했기 때문이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여도 취득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홍씨는 조만간 독립시키려던 자녀 몫의 자취자금까지 털어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할 처지다.

주택 가격이 급등해 청약과 대출, 납세 단계에서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을 배려하는 특례 기준이 유명무실해졌다. 연일 '고점'을 찍는 집값과 달리 지원 대상 주택 가격 기준은 수년째 제자리인 탓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 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무주택 서민들의 비명도 커지고 있다.

①소형·저가주택 기준 6년간 그대로...청약 무주택 가점 '흔들'

공시가격에 따른 저가주택 비중. 그래픽=강준구 기자

9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저가주택(공시가격 기준 수도권 1억3,000만 원, 비수도권 8,000만 원 이하) 세대원은 민영주택 일반공급 청약에서 무주택자로 인정된다. 청약 가점제도를 도입한 2007년 당시 소형 유주택자의 주거 상향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특례가 수차례 가격 조정을 거쳐 2015년부터 현 기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이후 6년간 전국 아파트값이 2배 가까이 상승(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기준)하고 전국 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상당수 가구는 특례 대상에서 탈락하게 됐다. 최근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난해 1억2,000만 원대였던 주택 공시가격이 올해 1억3,000만 원을 넘기면서 무주택 청약 가점 32점을 통째로 날리게 됐다"는 호소가 올라오기도 했다. 84점 만점인 민영주택 청약 가점제에서 무주택 기간은 배점 32점으로 당락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무주택자로 인정되는 주택수 감소는 정부 통계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저가주택 가격 기준을 만족하는 주택 비중은 2015년 전체의 47.6%에서 올해 36.1%로 줄었다. 주택수로는 약 90만4,200가구가 감소했다. 이 통계에는 면적 기준이 없지만 저가주택 대부분이 소형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간 적지 않은 이들이 무주택자에서 탈락했다는 얘기다.

②대상 매물 줄어드는데 기준 옥죈 '서민 우대 대출 상품'

수도권 주택 중위 매매가격.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민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과 '디딤돌대출' 대상 매물도 줄고 있다. 보금자리론은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가구가 시세·감정평가액·매매가액 중 하나라도 6억 원을 넘지 않는 주택을 매입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 상품이다. 디딤돌대출은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가구가 전용면적 85㎡를 넘지 않는 5억 원 이하 주택 구입 때 이용 가능하다.

보금자리론의 '6억' 기준은 2004년 출시 당시 책정된 그대로다. 2009년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이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보금자리론 대상 주택도 덩달아 '9억 원 이하'로 조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서민층 실수요자 중심의 지원 강화"라는 취지로 2017년 주택 기준을 6억 원으로 다시 옥죄었다. 디딤돌대출의 주택 상한 기준도 도입 당시인 2014년엔 6억 원이었으나 3년 뒤 5억 원으로 낮아졌다.

집값 상승기에 서민을 위한 대출 상품 가격 기준이 오히려 강화돼 수도권 주택 과반은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됐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의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이미 5억 원을 돌파했고 이후 10개월 만에 6억76만 원을 찍었다. 전국 아파트 절반의 매매가격도 지난달 5억 원대에 진입했다.

③감면 대상 줄어드는 '생애최초 취득세 감면'·'주택자금 소득공제'

시세 구간별 수도권 아파트 비율. 그래픽=강준구 기자

지난해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으로 개정된 취득세 감면 규정도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은 가구소득 7,000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수도권의 4억 원(비수도권 3억 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면 취득세를 감면해주는데, 수도권의 경우 대상 주택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의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의 4억 원 이하 아파트는 95만3,996가구로 전체의 26.5%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7.7%포인트 줄었다.

소득세법의 '주택자금 소득공제' 특례 기준도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2년 전에 개정되긴 했지만 주택 마련 시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를 감안하면 최근의 집값 급등세를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근로소득이 있는 무주택자가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상환기간이 10년 또는 15년 이상인 장기주택저당차입금을 내는 경우 이자 상환액이 근로소득 금액에서 일부 공제된다. 하지만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전국 주택은 2년간 약 15만1,000가구가 감소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라가며 소득공제 대상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최다원 기자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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