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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은 없다... 윤석열·이준석 기싸움에 쪼개지는 野

입력
2021.08.08 18:10
수정
2021.08.08 18:1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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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입당한 윤석열 예비후보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입당한 윤석열 예비후보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태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버스가 덜컹거리고 있다. '운전대'를 차지하기 위한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이 거칠어지면서다.

지난달 30일 입당 이후 윤 전 총장의 열흘은 이 대표와의 신경전으로 얼룩졌다. 이 대표가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입당하는 것으로 '펀치'를 날렸고, 당 지도부가 주도한 당내 대선주자 봉사활동 행사에 불참하는 것으로 또다시 '잽'을 던졌다. 이 대표는 매번 불쾌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은 불화설을 일축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 관계자는 8일 "우리가 이 대표와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게 무엇이 있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봉사활동에 가지 못한 건 참가해 달라는 연락을 늦게 받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사실상 이 대표 쪽에 돌렸다.

야당 대표와 야당 내 지지율 1위인 대선주자가 공개적으로 얼굴을 붉히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갈등의 근본 원인은 각자 역할에 대한 인식 차이에 있다.

'공정한 운전자'를 자처하는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을 당내 대선주자 10여 명 중 1명으로만 대우하려 한다. 최근 이 대표의 발언엔 윤 전 총장을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신인'으로 보는 태도가 깔려 있다. 대선 정국에선 당대표가 자신의 역할을 경선 관리로 축소하고 몸을 낮추는 게 보통인데, 이 대표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보수진영 대선 레이스의 주인공으로서 버스 행선지와 주행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한다. 그는 당대표의 권위나 정당 조직의 무게를 별로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비친다. 다른 당내 대선주자들과 '급'이 다르다고 보는 것도 한 이유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의원은 윤 전 총장을 ‘돌고래’에, 나머지 대선주자들을 ‘고등어, 멸치’에 비유하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다 한데 모아서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신경전은 오는 11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당헌상 최종 대선후보가 선출되는 시점부터 당무에 대한 권한이 대선후보에게 넘어간다. 이 대표는 '11월까지는 당권이 내게 있다'고 보고, 윤 전 총장은 '당권은 이미 나의 것'이라고 여기고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국민의힘엔 이렇다 할 계파가 없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선출된 이후 당내 견제를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생기면서 국민의힘이 '친윤석열계'와 '비윤석열계'로 분열될 조짐이 보인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는 8일 이종배·윤창현·한무경·정점식 의원 등 전·현직 의원 9명을 추가 영입해 당내 세력화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 합류한 현역 의원은 9명에 달한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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