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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떠난 아프간서 거침없는 탈레반…3일간 주도 4곳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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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로 공백이 커진 아프가니스탄 안보가 갈수록 위태롭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농촌을 넘어 주도(州都) 장악까지 성공하면서다. 아프간 정부군이 탈레반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도 진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악화일로인 아프간 상황을 입증하듯 미국과 영국은 아프간 내 자국민을 향해 대피 경보를 내렸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이날 북부 쿤두즈주(州)와 사르-에-풀주의 주도를 점령했다. 이미 6일엔 남서부 님루즈주의 주도 자란즈를, 7일에는 북부 자우즈얀주의 주도 셰베르간을 장악한 상태였다. 3일간 주도 4곳을 손에 넣은 것이다. 주도가 탈레반 손에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군을 포함한 아프간 주둔 외국군이 철수를 시작한 5월부터 탈레반의 공세는 시작됐다. 미군 등이 20년 아프간전쟁을 끝내고 9월 11일까지 완전 철수 계획을 밝히자 그 틈을 노린 것이다. 현재 탈레반은 농촌을 중심으로 아프간 전체 400여 개 행정지역 중 절반 이상 점령한 상태다.
자란즈·셰베르간의 규모는 작지만 탈레반의 이들 도시 점거는 상징성이 크다. 무엇보다 자란즈가 단 3시간 만의 교전으로 탈레반에 넘어간 점은 정부군의 위기를 보여줬다. 병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란즈 측은 중앙정부에 증원군을 요청했지만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지원 없이는 신속한 공습으로 탈레반 세력을 방어하기 어려운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셰베르간의 경우 탈레반과의 전투를 주도해 온 아프간 전 부통령이자 북부 최대 군벌인 압둘 라시드 도스툼의 거점 지역으로, 정부군에 더 큰 타격이 됐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현재 탈레반과 정부군은 아프간 전역에서 대치 중이다. 특히 남서부 헬만드주의 주도인 라슈카르가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탈레반 영역이 넓어질 확률이 높다. 서부 헤라트주의 주도인 헤라트와 아프간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도시 칸다하르(칸다하르주의 주도)에 대한 탈레반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수도 카불까지 위험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탈레반은 이미 6일 카불 중심가에서 정부 고위 관료를 살해해 그 세력을 과시한 바 있다.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아프간이 장기 내전에 돌입하거나 국가 분열에 직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데보라 라이온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 역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현재 아프간 상황을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험한 전환점에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탈레반의 도시 공격이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를 야기하는 행위"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아프간 내 고조된 긴장 속에 미국·영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아프간을 즉각 떠나라"고 공지했다. 이날 미국은 상업용 비행기 비용 지불 여력이 없는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송환 대출 지원까지 안내하면서 출국을 권고했다. 전날 자국민에게 아프간 출국을 촉구한 영국 외무부는 "아프간에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수법이 발전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납치 위험도 크다"며 "우리(정부)가 비상시기에 당신들을 탈출시킬 수 있다고 믿지 말라"고까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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