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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모의 두 얼굴… 겉으론 ‘미투’ 지지, 뒤로는 권력형 성추행

입력
2021.08.08 16: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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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쿠오모 '미투' 챔피언 자처하며 범죄"
州 권력 손아귀에 쥐어... 문제제기 걸림돌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의 ‘두 얼굴’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는 성범죄에 노출된 여성들의 고발 운동인 ‘미투(#MeToo)’에 동조하는 듯했지만 뒤에선 권력형 성범죄를 잇따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쿠오모 주지사의 탄핵 추진에 가속이 붙는 가운데, 탄핵을 모면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를 인용해 “쿠오모 주지사가 자신을 미투 운동의 ‘챔피언’으로 내세우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특히 쿠오모 주지사는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추행 폭로로 미투 운동이 급물살을 탄 이후에도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은 배가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쿠오모 주지사의 성범죄 피해자 11명 중 최소 8명이 와인스틴 성추행이 폭로된 지난 2017년 10월 초 이후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쿠오모 주지사는 자신의 언행을 손바닥처럼 뒤집기도 했다. NYT는 “쿠오모 주지사가 2년 전 여름 여성들을 위한 보호 법안에 서명한 다음날 11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주 경찰관에게 ‘드레스를 입으면 안 되냐’고 요구했고, 한 달 뒤에는 이 경찰관의 배를 함부로 만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와인스틴의 범죄 행각이 폭로된 즈음에도 쿠오모 주지사는 보좌관인 린지 보일런에게 ‘스트립 포커를 치자’고 요구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미투 운동의 진원지인 뉴욕에서 최고위직 인사가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미투 운동을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NYT는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쿠오모 주지사가 ‘뉴욕은 미투와 함께한다’는 이메일을 보내 모금을 독려했다고 보도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이중적인 행동을 한 것은 주 내 견제세력이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NYT는 주 검찰의 보고서에는 “쿠오모 주지사의 올버니(뉴욕주 주도) 환경은 위법 행위를 영속화하고 은폐하기 위한 거의 완벽한 환경”이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와 측근 세력이 주 정부의 모든 권력을 장악하면서다. 이런 상황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 공무원들이 연례적으로 수강하는 성희롱 교육에 2019년 단 한 번만 참석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한편 탄핵 위기에 몰린 쿠오모 주지사의 기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6일 성추행 피해 사실을 최근 폭로한 한 여성 비서가 뉴욕주 올버니카운티 보안관실에 쿠오모 주지사를 고소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는 지난해 11월 16일 쿠오모 주지사가 자신을 관저로 불러 강제로 신체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형사고발이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크레이그 애플 올버니카운티 보안관은 뉴욕포스트에 “최종 수사 결과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면 (쿠오모 주지사를) 체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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