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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시울, 웃는 얼굴...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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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33)은 쉽게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단체사진을 찍은 뒤에도 코트에 머물며 서로를 번갈아 가며 꼭 껴안았다. 대부분 얼굴은 웃는데,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조별리그 한일전, 8강 터키전 승리 등 기적 같은 승부를 펼쳐 온 여정과 마지막 두 경기에서 내리 패하면서 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뒤섞였을 테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은 없었지만, 경기 후 태극기를 흔들며 격려 인사를 전한 한국 관계자들에게도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코트를 먼저 빠져나간 세르비아 선수들과도 포옹을 나눈 김연경의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경기장에 있던 모든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2020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퇴장했다. 10년간 한국 배구계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한 김연경의 마지막 발걸음이기도 했다.
한국 여자배구가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0-3(18-25 15-25 15-25)으로 졌다. 단 3세트 동안 혼자 33득점을 올린 장신 라이트 공격수 티아나 보스코비치(24)의 폭격을 막아내지 못한 게 아쉬웠다.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에서 11점 투혼을 펼쳤다.
올림픽 메달 꿈을 이젠 접게 됐지만, 경기 후 선수들은 “후회 없다”고 했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학폭 논란으로 선수 자격을 반납한 쌍둥이 선수 이재영과 이다영(25)의 공백에 무기력하게 물러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지만, 선수들은 주장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기적 같은 결과들을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대회를 거치는 동안 한국 여자 배구의 인기를 끌어올리고, 선수들의 처우나 훈련환경 개선에 앞장선 김연경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연경과 3번의 올림픽을 치른 양효진(32)은 눈물을 닦아내며 “연경 언니에게 정말 많이 의지했고, 언니가 세계적인 선수여서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다”며 “항상 고마웠다”고 했다.
양효진은 ”연경 언니가 열아홉 살 때쯤 ‘대표팀 환경이 좋아지려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했다”며 “어린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니와 함께한 시간 동안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높아졌고, 대표팀 환경도 매우 좋아졌다”며 “김연경 언니가 앞장서서 변화를 이끈 덕분”이라고 했다.
김희진(30)은 “연경 언니 등 선배들이 후배들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을 만들었다”며 “후배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대회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정말 많이 배운 시간이었고, 한국이 작지만 강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기도 했다”며 “연경 언니 등 선배들에게는 마지막 올림픽이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다.
취재진 앞에 선 김연경도 눈물을 닦아냈다. 후배들 생각을 취재진을 통해 전해 들은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이 힘들 때)많은 선수가 도와줬다”고 했다. 대회를 마친 소감을 묻자 “결과적으로 아쉬웠다”면서도 “여기까지 오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연경은 “사실 누구도 이번 대회를 기대하지 않았다”며 ”우리도 이렇게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미 대회 전부터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임을 강조했던 김연경은 국가대표의 의미에 대해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것”이라며 “영광스럽고 자부심이 있는 자리”라고 했다.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금, 이 순간”을 꼽은 그는 “(준비하는)모든 순간이 힘들었고, 같이 고생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취재진들이 한 번 더 물었다. 파리올림픽이 3년 뒤인데 그때 한 번 더 뛸 생각은 없는지.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김연경은 “(얘기하기가)조심스럽다”며 “귀국 후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님과 이야기해야 한다”라면서도 뜻을 바꾸진 않았다. 그는 “사실상 오늘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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