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된 축제' 2020 도쿄올림픽 무관중 폐막

바흐 "일본의 성취 자랑스럽다" 치켜세웠지만
마지막 날까지 경기장 밖엔 올림픽 반대 시위
코로나19 확산하며? 올림픽 평가 엇갈려

8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폐막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이 8일 막을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스포츠가 빚어내는 드라마는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축제로서의 올림픽 의미는 다소 퇴색됐다. 8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폐회식은 지난달 23일 개회식처럼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그날처럼 날이 흐렸고 경기장 밖에는 올림픽 반대 시위대가 찾아왔다.

폐회식은 이번 올림픽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땀과 눈물, 격려와 축하, 성취와 기쁨의 영상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도 연주됐던 '올림픽 행진곡'을 따라 206개국 기수들이 자유로운 복장과 순서로 입장했다. 한국은 근대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이 된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기수로 나섰다. 대만에 이어 참가국 중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면서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브라스 밴드의 흥겨운 음악과 함께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지만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기를 마친 뒤 48시간 이내에 퇴촌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중도 없었다. 하지만 참가 선수들은 카메라를 향해 환호하고 춤추며 마지막 순간을 기억에 담았다.

이날 폐회식에선 남자 마라톤만 시상식을 하던 이전과 달리 여자 마라톤도 시상했다. 여자 마라톤(페레스 제프치르치르)과 남자 마라톤(엘리우드 킵초게) 모두 케냐가 금메달을 따내 케냐 국가가 두 번 연속 울려 퍼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음 올림픽은 2024년 파리에서 개최된다. 요리코 고이케 도쿄 시장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받은 올림픽 깃발을, 5년 만에 안 히달고 파리 시장에게 건넸다. 코로나19 상황을 보여주듯 각자 다른 곳에서 연주하는 프랑스 국가가 화면을 통해 흘러나왔다. 파리올림픽에 초대하는 파리 에펠탑 광장 시민들의 모습이 생중계되기도 했다.

8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전웅태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하나가 됐다. 우리가 해냈다"며 "일본의 성취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은 금메달 27개, 은메달 14개 동메달 17개를 따며 그토록 바랐던 종합 3위, 역대 최고 성적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성공으로 평가할지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대회 기간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나흘 연속 최다를 기록하며 누적 100만 명을 넘었다. 올림픽 선수와 관계자 중 감염자 수는 이날까지 436명이다. 선수촌 옥상에서 술판이 벌어지는 등 방역에 허점도 많았다. 올림픽 확진자가 제대로 파악된 것인지는 폐막 이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