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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4등' 근대5종 정진화 "앞에 웅태 등 있어 다행이었다"

입력
2021.08.07 21:44
수정
2021.08.0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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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수영·승마 2위였지만?
레이저런에서 역전 당해
"같이 포디움 서자는 약속
정작 내가 못 지켜 아쉽다"

전웅태와 정진화가 7일 일본 조후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근대5종경기 남자 개인 레이저런 경기를 마친 후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웅태와 정진화가 7일 일본 조후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근대5종경기 남자 개인 레이저런 경기를 마친 후 포옹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근대5종의 길은 정진화(32·LH)가 닦아 놓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대5종이 지금보다도 국내에 잘 안 알려졌던 시절이었다.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해 11위라는 남자 근대5종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21년 도쿄에서 그 기록을 친동생같은 후배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가 넘어섰다. 근대5종 첫 동메달이었다. 정진화는 간발의 차이로 4위에 그쳤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정진화와 김웅태는 진한 포옹을 나눴다. "잘했어." "고생했어." 그 동안의 감정이 한순간에 폭발했다. 정진화는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진행될 때까지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3,200m를 뛰며 흘린 땀과 섞여 얼굴을 온통 덮었다. 정진화는 "도쿄를 준비하는 5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전)웅태랑 방 같이 쓰면서, 눈 뜨면 하는 이야기가 같이 포디움 올라가자는 거였다. 그런데 (정작) 제가 그 약속을 못지켰다"고 눈물을 훔쳤다.

정진화는 전체 36명의 선수 가운데 2위로 레이저 런(육상+사격 복합경기)을 시작했다. 먼저 출발했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뒤쳐지고 말했다. 그는 "레이저 런에 강한 선수들이 치고 나가서, 최대한 붙어보려고 노력은 했는데 제 기량이 좀 부족했다"며 "대표팀 선생님들에게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정진화의 눈물은 서글퍼 보이지만은 않았다. 기쁨의 눈물도 섞여 있었다. 전웅태 때문이다. 정진화는 "사실 4등만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4등의 주인공이 저였다. 그래도 (앞에 보이는 것이) 다른 선수의 등이 아니라 (전)웅태의 등이어서 좀더 마음이 편했던 거 같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동생이 동메달도 따고 근대5종도 많이 알린 것 때문에 계속 울컥하게 된다"고 했다.

정진화는 한국을 근대5종 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전웅태가 자랑스러웠다. 정진화는 "제가 처음 (월드컵에서) 1등을 했지만 선배, 형들이 닦아준 길을 누가 되지 않게 달려오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뿐이다. 이제 제가 만든 길을 (전)웅태가 더 반짝반짝 빛나게 만든 뒤 포디움에 올라갔다. 나머지 후배들도 그 뒤를 따라와 준다면 한국은 근대5종 강국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후련하면서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은퇴를 할지 파리올림픽까지 도전을 할 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쉬면서 한번 마음의 정리를 해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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