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5종 첫 메달 전웅태 "금보다 값진 동, 이 느낌 평생 간직하고파"

입력
2021.08.07 21:06
수정
2021.08.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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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9위에 그쳤지만?
수영·승마·레이저런에서 역전
"56년 한, 여기서 푼 것 같아 기쁘다"
"파리올림픽 금 목표로 다시 도전"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3등으로 들어와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 레이저런 경기에서 3등으로 들어와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웅태(26·광주광역시청)는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드디어 해냈다'는 듯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지옥 같았던 그 동안의 훈련을 보상 받는 순간이었다. 그는 "막상 시상대에 서니 생각했던 것 보다 더 기분이 좋다. 메달도 무겁다. 동이지만 금보다 값진 동인 것 같아서 이 느낌을 평생 간직하며 살고 싶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전웅태는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5개 종목 합계 1470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근대5종 역사상 첫 메달이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1승14패를 기록, 합산 점수 226점으로 전체 36명 중 9위에 올랐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였다. 하지만 이날 수영과 승마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4위(831점)까지 순위를 끌어 올렸다. 수영 200m에서 1분57초23으로 조 1위에 올라 316점을 얻었고, 승마 경기에서는 11점 감점에 그치며 289점을 추가했다. 이어 그의 강점이던 레이저 런(육상+사격 복합경기)에서는 자신이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세운 올림픽 기록(11분02초50)보다 더 뛰어난 11분01초84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국이 근대5종에서 메달을 딴 것은 전웅태가 처음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2012년 런던올림픽 차오중룽(중국)에 이어 2번째 메달리스트다. 전웅태는 "진짜 56년 동안 이루지 못했던 한을 여기서 푼 것 같다. 근대5종의 역사를 쓴 것 같아서 기분 좋다. 도쿄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배 정진화(32·LH)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함께 출전한 정진화는 이날 1466점으로 4위에 올랐다. 전웅태는 "예기치 않게 (정)진화 형이랑 메달 싸움을 하게 됐다. 누구 하나는 4등을 하는 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경기하자고 이야기했어서 최선을 다했다. 정말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촌외 훈련을 하면서 감독님과 우리 근대5종 식구들 모두 올림픽 메달 하나만 보고 했다. 진짜 고생 많았다. 정말 힘들었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빠짐없이 훈련하면서 (정)진화형에게 같이 높이 서자고 했다.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것처럼 끝까지 버티자고 했다. 그걸 오늘 다 푼 것 같아서 너무 좋다. 진화형과 빨리 만나 포옹하고 싶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국 사상 첫 근대5종 메달을 일군 전웅태의 눈은 이제 파리를 향하고 있다. 그는 "동메달을 땄지만 아직 금도 있고 은도 있다. 더 위가 있으니 위를 향해 달려가겠다. 다음에는 좀더 높은 위치에 서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국민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도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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