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프리즘] 2분 만 걸어도 운동 효과… TV 볼 때도 걷자

입력
2021.08.09 18: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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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올림픽 경기를 TV로 시청할 때 앉아 있지만 말고 제자리걸음만 해도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 연합뉴스

올림픽 경기를 TV로 시청할 때 앉아 있지만 말고 제자리걸음만 해도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영향으로 운동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 운동을 결심하는 사례가 많은 것은 지금도 비슷한 모양이다. 그런데 운동을 고려할 때 ‘운동=스포츠’라는 오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운동은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심폐 지구력 강화 운동이다. 조깅, 달리기, 마라톤, 높이뛰기, 수영, 구기 종목 등 심장이 뛰고 숨이 차는 종목들이다. 이는 대체로 강도가 높고 전문 기량도 필요한 운동이다.

둘째, 근력 운동이다. 체조, 팔굽혀펴기, 스쿼트나 런지, 철봉, 아령, 역기 등의 운동이다. 헬스클럽에 비치돼 있는 기구 중에는 근력 운동을 위한 것이 많다.

운동이라면 주로 이 두 가지를 떠올리기 쉽다. 심폐 지구력 강화 운동을 하면 심장과 혈관, 폐가 튼튼해지고,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이 증가해 대사증후군과 낙상 예방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스포츠 동호회에 가입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문제는 심폐 지구력 강화 또는 근력 운동을 하는 데는 장애물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 운동을 하려면 관절 건강을 포함한 기초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어느 정도 숙달되기까지는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므로 비용과 시간도 소요된다.

이런 것은 운동을 기피하는 핑곗거리가 되곤 한다.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면 “관절도 시원치 않고, 시간도 많지 않아서…”라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운동을 좁게 보지 말고 넓게 볼 필요가 있다. ‘운동=스포츠’에서 벗어나 ‘운동=움직임(activity)’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달리고, 뛰고, 아령이나 역기를 드는 것만이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 버스정류장이나 전철역까지 걷기, 사무실 계단으로 오가기, 대형 마트에서 장보기, 강아지와 공원 산책 등도 운동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세 번째 운동 개념은 걷기를 포함한 일상의 ‘움직임’을 다 포함하는 것이다. 효과도 있다. 심폐 지구력 강화 효과는 조깅이 뛰어나지만 수명 연장 효과는 걷기가 더 뛰어나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그러면 어떻게 걸어야 할까? 종전에는 한 번에 10분 이상 걸어야 운동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미국 보건부는 걷기 기준을 2분 이상으로 바꾸었다. 집 안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은 운동이 아니지만, 동네 슈퍼마켓에 걸어가서 물건을 사오면 운동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나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비활동(inactivity)’이 심해지고 있다.

필자는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 TV 중계를 집 거실 매트 위를 걸으면서 시청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000보 이상 걸을 수 있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12만3,200여 명을 대상으로 사망률, 심혈관 질환과 암 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금연ㆍ절주ㆍ운동ㆍ적정 체중 유지ㆍ건강한 식단 등 5개로 나타났다. 이 다섯 가지 외에 수명 연장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운동의 기본은 걷기다.

2분 이상 걷기마저 못할 사람은 거의 없다. 올림픽 감동의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걷기부터 시작하자.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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