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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원인 3위’ 폐렴… 65세 이상이면 폐렴구균 예방접종해야

입력
2021.08.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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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허경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65세 이상 고령인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23%나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65세 이상 고령인이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면 23%나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폐의 고유 기능을 하는 조직(말초 기관지ㆍ허파꽈리)에 생기는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3위 질환이다. 2019년에는 10만 명당 45.1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인이 폐렴으로 입원했다면 사망률이 23%나 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폐렴 때문에 매년 10만 명당 600명 정도가 입원 치료를 받는다. 입원하지 않고 치료를 받는 환자는 이보다 5배 정도로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폐렴은 나이가 많을수록 노출되기 쉽다. 10만 명당 연간 발생률이 50~34세에서는 500명 정도이지만, 65~74세에서는 1,600명, 75세 이상은 4,000명이 넘는다.

폐렴은 또한 천식ㆍ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만성 폐 질환, 심장 질환, 뇌혈관 질환, 알코올 중독, 면역 저하 등으로 인해 발병한다.

폐렴은 입과 목에 있는 미생물에 감염돼 주로 발생한다(감염성 폐렴). 이 밖에 약물ㆍ방사선ㆍ외부 물질 흡입ㆍ자가면역질환 등에 의해 노출되기도 한다.

나이 들거나 만성질환을 앓으면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장벽이 약해지는 데다 면역 체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미생물이 몸속에 침투해 폐렴을 일으킨다. 드물게 다른 곳에 발생한 감염이 혈액을 타고 폐로 옮겨지고, 폐와 인접한 흉막이나 종격동에 생긴 감염이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폐렴구균이 가장 큰 발병 원인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은 집에서 발생했는지(지역사회 획득), 입원 중이거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때 생겼는지에 따라 다르다.

지역사회 획득 폐렴은 폐렴구균이 가장 큰 원인이다.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 황색 포도상구균, 폐렴간균 등도 주요한 원인 균이다.

폐렴 미코플라즈마, 폐렴 클라미디아, 레지오넬라 등은 소위 ‘비정형 폐렴’을 일으킨다. 비정형 폐렴은 열ㆍ기침ㆍ가래 같은 전형적인 증상이 덜하고 젊은이에게도 발병한다.

비정형 폐렴은 구토ㆍ설사 같은 소화기계 증상이나 의식 저하 증상이 생길 때가 많다. 이 밖에 결핵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폐렴의 주요 원인이다.

바이러스도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 미생물이다. 예전에는 바이러스를 제대로 검출하지 못했다가 진단 기법이 발달하면서 폐렴 환자의 20~30%에서 인플루엔자ㆍ파라인플루엔자ㆍ메타뉴모바이러스ㆍ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바이러스가 실제 폐렴을 일으키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드물게 곰팡이가 폐렴을 유발하기도 하지만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에게 대부분 발생한다.

◇원인 미생물 진단에 ‘가래 검사’ 중요

폐렴 증상으로는 대표적으로 열과 오한, 기침 등이다. 끈적하고 지저분한 가래가 나오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폐렴이 심하면 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해 숨이 차거나, 숨을 쉴 때 가슴통증이 생기도 한다.

고령이거나 심각한 기저 질환을 앓으면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기력이 떨어지거나 의식 저하 등 비특이적인 증상만 생기기도 한다.

폐렴을 진단하려면 문진, 신체 검진, 영상 검사(가슴 X선 검사)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종양ㆍ이물질 등이 폐렴을 일으켰을 것으로 의심되거나, 면역 저하자에게 폐렴이 생겼거나, 다른 원인을 감별할 때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다.

폐렴의 원인 미생물 진단에는 가래 검사가 중요하다. 가래에 섞여 있는 균을 확인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실험실에서 균을 키우는 배양 검사다. 가래를 잘 뱉지 못하거나, 항생제를 이미 사용했거나, 가래에 충분한 균이 들어 있지 않을 때에는 배양에서 균이 자라지 않을 수 있기에 배양 검사로 원인 균이 확인하는 경우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적은 수의 미생물이나 죽은 미생물도 검출해내는 핵산 증폭 검사가 도입됐다. 가래 검사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소변에서 세균 항원을 검출하는 검사나 혈청에서 원인 미생물의 항체를 검출하는 검사를 하기도 한다. 중증 폐렴이라면 혈액에 균이 침투하는 균혈증이 생길 수 있어 혈액 배양 검사를 해야 한다.

◇65세 이상 고령인ㆍ고위험군, 폐렴구균 예방접종해야

폐렴은 미생물을 죽이거나 억제하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경증이라면 경구용 항생제로, 중증일 때는 입원해 주사 항생제로 치료한다. 기침ㆍ가래 등을 줄이기 위한 대증 치료도 시행된다.

자가 호흡이 힘든 중증 폐렴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기계 환기가 필요하다. 패혈증 쇼크가 있으면 장기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중환자실 치료를 해야 한다. 이러한 치료로 여러 증상과 징후가 호전되고 정상적으로 식사할 수 있으면 먹는 항생제로 약을 바꾼다.

폐렴 예후는 환자 나이와 기저 질환, 폐렴 중증도에 따라 크게 다르다. 기저 질환이 없는 젊은 환자는 2주 이내에 대부분 회복되지만 고령이거나 기저 질환을 여럿 앓는 사람은 회복이 더딜 수 있다.

폐렴으로 호흡부전과 쇼크, 다발성 장기 부전, 폐농양, 흉막염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폐렴이 발생하면 1주 이내 심근경색이 생길 위험이 커지고, 그 위험은 1년 뒤까지 이어질 수 있다.

폐렴을 예방하려면 폐렴구균 예방 접종과 금연, 건강한 생활 습관 등이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성인이나 고위험군은 세균성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 균인 폐렴구균을 막는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인플루엔자(독감)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유행하면서 폐렴이 많이 발생하므로 매년 가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허경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허경민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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