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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때린다"... 이재명 '윤석열 저격수' 자처한 이유는

입력
2021.08.07 0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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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왼쪽) 경기지사가 국회 의원회관 영상회의실에서 화상으로 정책공약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아무래도 일본 극우인사가 과외 선생님이었나 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민생만을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으로 바꾸길 권한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조언 대상'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그가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와 관련해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이 지사는 "'주 120시간 노동' 발언에 이어 밀턴 프리드먼의 책 한 권으로 가난한 사람에게 '부정식품을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더니, 이번에는 원자력 안전에도 무지를 드러냈다"며 "이런 엉터리 인식과 준비 상태로 어떻게 대통령직을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의 준비 부족을 자신의 시정·도정 경험과 대비해 '비교 우위'를 부각한 것이다.

이 지사는 6일에는 "한때 대통령이 되면 윤 전 검사님을 검찰총장으로 기용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오늘 자로 깊이 사죄드리며 이 말을 철회한다"는 글을 남겼다. 윤 전 총장 캠프가 이 지사의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후원금 뇌물수수 의혹'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모금 의혹'에 빗댄 것을 반박하면서다. 그러면서 "국정에 대한 몰이해와 준비 부족 중구난방을 보면서도 검사로서의 실력은 믿었는데, 안타깝게도 윤 후보님은 악성 특수부 검사의 한 명에 불과해 보인다"고 비꼬았다.

이처럼 '윤석열 저격수'를 자처하고 있는 이 지사는 국민의힘 다른 주자에 대해서는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 이 지사 캠프가 윤 전 총장에 관해 내놓은 논평은 총 7건으로 하루 1건 이상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사이비 분배 정책"이라고 저격하고 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1위 주자 때리기'만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지사는 현재 윤 전 총장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때문에 다른 야권 주자들에게 화력을 분산시키기보다 본선 상대로 만날 가능성이 큰 윤 전 총장을 집중 타격하겠다는 뜻이다. 윤 전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선명해질 공산이 크다.

이 지사 측은 이러한 구도가 당내 경선에 미치는 효과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윤석열의 대항마는 이재명'이란 인식이 굳어질수록 당내 경쟁주자들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정책 역량 등에서 본선 경쟁력이 '정치 신인'인 윤 전 총장을 앞선다는 자신감도 배경이다. 이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윤 전 총장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결국 국민은 더 실력 있고 더 준비된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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