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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신전’의 포석, ‘재차의’의 노림수 

입력
2021.08.07 1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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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아신전'은 단막극이라 하나 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영상미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은 단막극이라 하나 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영상미를 보여준다. 넷플릭스 제공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한다.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인데, 살아 있는 자보다 더 거칠고 위협적이다. 넷플릭스 단막극 ‘킹덤: 아신전’(아신전)에 등장하는 좀비, 한국 영화 ‘방법: 재차의’(재차의)에 나오는 재차의는 서로 다르면서도 닮았다.

‘아신전’은 퓨전 사극이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현대극에서나 나올 만한 좀비가 등장한다. ‘재차의’는 고서적 ‘용재총화’와 인도네시아 전설을 끌어들인 현대극이다. 재차의는 살아 있는 시체인데 흑마술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조종당한다. 좀비와 재차의 둘 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람들을 공격한다. ‘아신전’과 ‘재차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빚어내는 공포를 바탕으로 액션과 극적 상황을 제조한다.

소재와 장르만 닮은 게 아니다. 텍스트 밖 역할마저 엇비슷하다. ‘아신전’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2020)와 앞으로 만들어질 ‘킹덤3’를 잇는 역할을 한다. ‘킹덤’1, 2편이 조선 남부에서 발생한 좀비 무리가 한양으로 쇄도하는 과정, 도성에서 벌어지는 좀비와의 싸움을 그렸다면, ‘아신전’은 좀비 발생의 기원을 좇는다. 북부 국경지대에서 조선 생활권에 살던 여진족 여성 아신(전지현)의 사연을 다뤘다. 아신이 ‘킹덤3’에 등장할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지 아직 알 수 없으나 ‘아신전’이 ‘킹덤3’ 서사의 씨앗이 될 것은 확실하다.

‘재차의’는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방법’의 연속선상에 있다. ‘방법’은 주술로 사회악을 제거하는 소녀 백소진(정지소)과 기자 임진희(엄지원)의 활약상을 그렸다. 드라마 막판 백소진은 어디론가 떠났다. ‘재차의’는 백소진을 소환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영화다. ‘방법’과 ‘방법2’를 잇는 징검다리인 셈이다.

‘아신전’은 단막극이라고 정체성을 규정짓지만, 외형은 영화에 가깝다. 길이는 92분이다. 큰 손질 없이 극장에서 상영할 만하다. ‘재차의’의 상영시간은 109분. ‘아신전’과 ‘재차의’는 물리적 형태에서도 차이가 딱히 없다.

영화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에서 뻗어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CJ ENM 제공

영화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에서 뻗어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CJ ENM 제공

‘아신전’과 ‘재차의’가 같은 시기에 선보인 건 우연일까. 두 영상물은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한국 영상산업을 상징한다. ‘아신전’은 스타 드라마 작가 김은희가 극본을 썼다. 영화 ‘터널’(2016) 등 흥행작을 만든 김성훈 감독이 연출했다.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에 이어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부산행’(2016)의 연상호 감독이 작가로 나섰다. ‘아신전’과 ‘재차의’는 영화와 방송이라는 생태계가 합쳐지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융합의 시대, 기존 제작 형태나 공개 방식은 무의미하다. 플랫폼과 플랫폼 사이, 콘텐츠와 콘텐츠 사이 연결이 중요하다. 초자연적인 현상은 연결고리가 될 이야기들을 만들기 용이하다. ‘아신전’은 그 자체로 소비되면서도 ‘킹덤3’가 나오기까지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를 이어간다. ‘재차의’도 마찬가지다. 극장에서 드라마와 다른 소비층을 겨냥하면서도 ‘방법’이 창조해낸 세계를 확장하고 다음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두 영상물 뒤에 드라마와 영화 등을 아우르고 자체 플랫폼까지 구축한 거대 미디어업체 넷플릭스와 CJ ENM이 각각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신전’ 같은 포석, ‘재차의’ 같은 노림수는 한국 영상산업에서 흔한 현상이 될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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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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